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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쾌거에도 반짝관심으로 끝나
팬응원과 기업투자가 감격신화 이어갈 힘
러시아 로시얀카에서 뛰던 여자축구 대표팀 주전 공격수 박은선(29)이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자축구 사상 최고 대우를 받으며 지난 15일 WK리그 이천대교에 입단했다. 역대 최고 대우라니 스포츠 팬들은 박은선의 연봉이 당연히 억대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그의 연봉은 6500만원에 불과하다. 프로축구 최고 몸값인 이동국(전북)의 연봉이 11억원이니 17분 1 수준이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최고연봉 김태균(15억원)에 비하면 23분의 1이다. 박은선이 이 정도니 다른 선수들의 몸값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 여자축구의 현주소다.

물론 스포츠의 현실은 냉정하다. 여자축구가 인기가 없다 보니 기업들이 후원을 외면하고 팀을 꾸린 구단의 살림도 넉넉지 못해 연봉을 많이 줄 수도 없다. 더구나 현재 WK리그 연봉 상한액은 5000만원이고 계약금은 연봉의 30%만 지급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6500만원 이상 연봉 지급은 불가능하다.

해외 여자축구 선수들은 몸값은 어떨까.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다섯 차례 받은 브라질 공격수 마르타 비에이라 다 시우바(스웨덴 FC 로셍오르드)의 지난해 연봉은 31만5000달러(약 3억6000만원)다. 박은선보다 5.5배가 많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에는 무관심하다. 축구협회의 여자축구연맹 지원금은 ‘제로’다. 문화체육부에서 지원하는 창단지원금이 전부다.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유치한 후원금으로 겨우 대회를 치르는 실정이다. 돈이 없다 보니 공중파 중계는 꿈도 못 꾸고 중계를 제대로 못하니 홍보도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반면 해외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유럽 프로축구 구단들은 직접 여자축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현재 유럽축구연맹에 등록된 여자선수는 무려 12만8557명으로 유럽 여자 인구의 0.3% 규모다. 등록된 심판은 7461명, 코치는 2만1164명으로 유럽 여자축구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여자축구는 부러울 정도다. 일본은 지난 대회 우승에 이어 올해 캐나다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자축구 등록팀 소속 선수만 1400명을 넘고 전체 선수는 3만명을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자 선수가 3만명이지만 여자 선수는 1500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얻어낸 16강이니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16강에 진출했다고 해서 기업들은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다. 16강 진출 이후 아직까지 여자축구를 후원하겠다며 스스로 나선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최현태 체육부장
그렇다면, 여자축구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해결책은 여자축구 저변 확대다. 생활체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릴 때부터 지역 클럽에서 취미로 축구를 하는 생활체육 인구가 늘면 자연스럽게 선수층도 두껍게 된다. 엘리트 선수만 육성해서는 여자축구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요 대학들의 여자축구팀 창단도 매우 중요하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는 주요 대학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려대가 창단했고 단국대가 내년에 창단할 계획이다. 축구를 하겠다는 딸을 둔 부모로서는 드디어 희망이 생긴 셈이다. 열심히만 하면 축구로도 대학을 갈 수 있으니 부모들도 반대만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많은 대학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더구나 주요 대학에 여자팀이 계속 창단되면 덩달아 선수 수급을 위해 초·중·고교에서 더 많은 팀이 연쇄적으로 창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7팀인 WK리그 팀도 8팀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팀이 쉬지 않고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

WK리그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평균 200∼300명 수준이라고 한다. 16강에 진출한 여자 대표팀에게 보낸 박수는 이제 경기장으로 향해야 할 때다. 그들의 노력을 정말 응원한다면. 팬들의 관심이, 기업의 투자가 여자축구를 살리는 길이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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