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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건축이야기] 메르스와 병원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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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8 21:34:11 수정 : 2015-07-28 2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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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단골로 다니는 남대문시장의 안경점에 갔었다. 안경점이 평소보다 한산해 보여 사장에게 물었더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손님이 평소의 7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아이고, 나는 바로 앞에서 칼국수집을 하는데 오늘 손님이 딱 두 명이었어요.”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여자 손님이 말을 거들었다. 메르스 때문에 시장의 작은 식당마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달여 계속된 메르스가 이제 사실상 종식됐다고 한다. 그동안의 불안과 피해를 생각하면 늦게나마 다행스럽다.

대부분 병원 내에서 감염돼 큰 피해가 발생한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병원건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메르스 같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병원 내 감염은 1년에 수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병원내 감염을 예방하려면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병원 방문객 등 모든 사람이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병원 건물이 설계되는 순간부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선결돼야 한다.

중세의 병원은 극빈자를 위한 수용시설이었고,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였다. 병원의 주된 기능은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관찰하는 것이었으며 병원건축도 관찰이 용이한 개방병동으로 만들어졌다. 19세기 말엔 마취, 무균수술, 엑스선의 발전과 함께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장소가 됐다. 20세기의 병원건축은 진단치료와 입원 중심의 필요에 맞게 변화해 의료의 모든 것이 한 건물이나 한 부지 내로 모임으로써 대규모 저층·고층 블록디자인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21세기에 들어서 병원은 출생과 사망, 치료와 검사, 교육과 연구, 생활과 숙식, 경영과 비즈니스 등 다양한 행위가 24시간 운용되는 시설이 됐다. 병원 안에는 환자와 의료진, 경영자와 피고용자, 생산자와 소비자, 교육자와 피교육자 등 다양한 이용자가 있다. 의료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병원건축에 대한 각 사용자의 요구도 새로워지고 있다. 병원 건물 내·외부에 다양한 디자인이 시도되고, 병원을 격리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지역 명소로 만들려는 동향도 감지되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병원은 이제 카페나 쇼핑몰처럼 변모하고 있다.

김영수 건축사
문제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 동안 우리가 병원을 너무나 편하고 접근하기 쉬운 장소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지 모르는 응급실이나 병실에 아무런 조치 없이 드나들 수 있다.

이에 건축 측면으로 볼 때, 병원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는 바이러스 감염을 낮추기 위한 설계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겠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병원 건물의 감염 예방 기능도 다시 점검해야 하겠다. 질환의 종류와 환자인지 일반인 인지에 따라 출입구를 따로 내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감염 위험이 있는 곳을 격리하고, 소독구역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라도 건축사, 의료진, 연구진 그리고 관련 당국이 머리를 맞대어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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