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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450조… 가계부채 뇌관되나

입력 : 2015-07-28 19:33:32 수정 : 2015-07-29 06: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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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제硏 보고서… 월세 전환 급증 위험성 높아져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는 여러 지점에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주택담보대출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면 자영업자 빚에서부터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 통계에서부터 간과되는 것이 전세보증금이다. 전세보증금은 상당 부분 세입자에게도 빚이고, 집주인에게는 전액이 빚이다. 전세보증금 규모는 450조원 정도로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470조원(3월말 기준)과 맞먹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계 등 일각에서는 전세보증금이 가계부채 문제를 터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세보증금 450조의 위험성


2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이 내놓은 ‘전세의 월세화와 가계 자산·부채 구조의 변화’ 보고서에서도 이런 위험성이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가격 폭등에 질려 아예 주택매입에 나서거나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과정에서 각각 대출에 의존해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전세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월세 가구 비율은 2012년 18.6%에서 2014년 21.8%로 3.2%포인트 증가했다.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로 2012년 33.9%보다 9.5%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가구가 느는 한편으로 집을 사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적으로는 고공행진하는 전세가격 때문이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이 70%에 도달한 것과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이 61만79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이 등 떠밀려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주택시장의 흐름에서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내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통계청의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보증금이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전체의 52.8%에 달했다. 세입자가 이사갈 때 임대인 중 절반 이상이 빚을 내 보증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이 앞으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빚으로 주택시장 정상화?

월세 급증, 전세가격 폭등, 등 떠밀린 주택매입은 물론 초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의 결과물이다. 작년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내리고 정부가 LTV·DTI를 완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는 다시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전년동기비로 작년 1분기 5.2%, 2분기 6.1%를 기록한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3분기 8.8%로 뛰더니 4분기 10.2%, 올해 1분기 11.3%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터에 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는 세 차례 더 인하돼 1.50%까지 떨어졌고 정부는 LTV·DTI 규제 완화 조치를 1년 더 시행키로 28일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11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가 있긴 하지만 LTV·DTI 규제 완화가 주택시장 정상화 등 국민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고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작금 주택시장 흐름을 어떻게 정상화라고 할 수 있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대출을 좀더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한 정부는 여전히 “빚내서 집 사라”는 가계부채에 기댄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고 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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