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차남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후계 경쟁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일본 롯데홀딩스 장악에 나서면서 형제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신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난 셈이다. ‘반란’을 시도했다 실패한 신 전 부회장도 롯데에서 입지가 더욱 약화됐다. 신 전 부회장에 이어 막판에 장남을 챙기려던 신 총괄회장이 주요 보직에서 해임되면서 신 회장은 형을 제치고 ‘후계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확실한 차기 경영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아직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은 경영권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신 총괄회장이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승계했음에도 아직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는 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영향이 크다. 결국 아직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되지 않은 셈이다.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 달라진다면 후계자는 바뀔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기싸움은 이번만이 아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를 둘러싼 지분확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한국 롯데의 모회사인 호텔롯데가 비상장이기 때문에 사실상 롯데제과가 그룹 지배구조상 모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롯데제과 지분을 늘려야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사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확대할 수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회장(5.34%)과 신 전 부회장(3.88%)의 지분율 차이가 1.46%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밖에 올해 초 기준 공시에 드러난 두 형제의 지분율은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상사 신동빈 8.4%-신동주 8.03% ▲롯데건설 신동빈 0.59%-신동주 0.37% 등이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제과 등 1∼2% 지분)과 셋째 부인 슬하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롯데쇼핑·롯데삼강·코리아세븐 등 1% 안팎 지분) 등도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이 이들과 손잡고 신 회장에 맞서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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