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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니 책상 위에 고향에서 온 편지가 놓여 있다. 이승률 청도 군수가 보낸 편지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들고 유통·서비스 매출이 감소해 지역경제가 침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달라”는 내용이다.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고향사랑 마음’에 호소하니 더 그렇다. 청도뿐 아니다. 지방의 시·군치고 ‘고향에서 휴가보내기’ 캠페인을 안 하는 곳이 없다. 재계도 국내휴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13일)에서 “정부 각 부처가 ‘국내여행 가기 운동’을 솔선수범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휴가가 27일부터 시작된다. 근무일 기준으로 5일이다. 앞 뒤 토·일요일을 보태면 9일간이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다. 박 대통령은 이 시간을 청와대 관저에서 다 보낸다고 한다. ‘방콕 휴가’다. 성격대로 휴가도 차분하다. 취임 첫해 거제 저도에서 하룻밤 잔 것 외 3년간 외박 한 번 한 적이 없다. 바깥나들이도 하지 않았다. 사실 시원하고 조용한 청와대 관저만큼 좋은 휴가지도 없다. 나다니면 피곤하다. 그래도 휴가는 집을 떠나야 휴가답다.

유럽의 여제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웃 나라로 곧잘 휴가를 떠난다. 2013년 4월엔 이탈리아 섬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휴가를 보내다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힌 적도 있다. 지난해 1월엔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목발신세를 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는 장장 17일간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오바마는 골프삼매경에 빠졌다. 정상에겐 휴가도 메시지다. 휴가를 맘껏 즐기고 실컷 힐링하는 것은 국민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잘 놀고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도 관저에서 휴가를 다 썼다.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죄인이던 때다. 야당이 “국상 중 휴가라니”라며 눈 흘기던 때다. 올해는 다르다. 메르스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휴가가 시끌벅적해도 무방하다. 대통령이 앞장서 지방의 이곳저곳을 다녀도 보기 좋을 것이다. 고향마저 애절하게 부르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 참모, 부처 장·차관들에게도 고향이 있다. 이들에게도 고향의 시장·군수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을 터. 대통령의 재가가 없으면 그 편지는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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