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홈피·산하 사이트 점검" 국정원의 '수상한 시도'

‘자살’ 직원 해킹자료 삭제 직후 ‘시스템 점검’ 공지
본지 ‘증거인멸 우려’ 지적하자 “일정 연기” 밝혀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해킹 관련 자료를 삭제한 직후 국정원이 홈페이지와 산하기관의 시스템 점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이 시스템 점검을 통해 임씨가 삭제했다는 해킹 관련 흔적을 지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5일 홈페이지(nis.go.kr) 공지사항을 통해 17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에 걸쳐 홈페이지 및 산하기관 사이트 전체에 대한 시스템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세계일보가 당일 ‘긴급 서버점검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자 국정원은 시스템 점검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올린 시스템 점검 안내 공지. 이 공지사항은 세계일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직후 삭제됐다.
국정원 홈페이지 캡처

국정원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홈페이지 디자인이 오래돼 두세 달 전부터 이를 개편하기 위해 준비해 왔던 일”이라며 “이번 (해킹 의혹) 사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씨는 유서에서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삭제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감찰이 4일간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킹 논란이 불거진 직후 관련 자료를 지웠다가 감찰과정에서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임씨의 주검이 발견된 직후에는 “삭제 자료는 100% 복구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이날은 “확실치 않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임씨가 삭제한 내용이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파일인지, 국정원 서버에 접속해 관련 자료를 지운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원했던 자료’라는 표현을 감안하면 접속기록인 로그 파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방문조사를 앞두고 국정원 직원이 증거를 삭제한 데 이어 국정원 차원에서 서버 점검을 시도한 점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는 지적이다.

국내 한 보안전문가는 20일 “만약 국정원이 해킹 관련 증거를 지우려 했다면 서버 내의 로그 파일에 접근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이 기록을 지우더라도 이를 지웠다는 흔적은 남게 된다”며 “이 흔적마저도 남기지 않으려면 서버 자체를 내리고(일시중단) 작업을 해야 하는데 국정원이 서버 점검을 고지했다면 의심스러운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지난 5월을 포함해 2008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시스템 점검을 실시했으며, 이번 점검 계획도 한 달 전에 내부 직원들에게 공지됐다”며 “홈페이지 서버와 내부작업 서버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킹 자료를 삭제하기 위한 점검이란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조병욱·홍주형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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