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칼럼] 영호남 의원들은 ‘참가상’이다

공천제도 선거구획정 등 정치개혁 구호 요란한데
지역주의 타파 시도 없어
정치 혁신 안하면 혁명 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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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경상도 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고 했더니 경북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이 “520만 대구·경북민들이 온 정성을 다해서 표를 모아줬는데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냐”고 발끈했다. 이 의원은 ‘대구·경북 버리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고 아리랑 타령을 늘어놓았는데, 새누리당 경상도 의원들이 동메달인 건 맞다.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연합 전라도 의원은 동메달’이라고 했어도 호남 의원들은 기분 나쁘다고 ‘호남 아리랑’ 가락을 늘어뜨릴 일이 아니다. 호남 의원들도 똑같이 동메달이다. 영·호남 의원들은 자신들이 달고 있는 국회의원 배지를 동메달로 쳐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동메달이 아니라 ‘참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거나 ‘당선보다 공천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전설이 아닌 현실로 굳어진 지 수십년째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구 의석 66석 가운데 63석을 새누리당이, 호남 지역구 31석 가운데 28석을 새정치연합이 쓸어갔다. 영호남 텃밭 정치의 실상이 이렇다. 제1당 2당이 한 지역씩을 악착같이 틀어쥔 채 수도권 싸움에서 결판을 내는 선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죽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치의 징그러운 속살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도 정치권은 딴청만 부리고 있다. 여야는 지역주의의 ‘지’자도 꺼내지 않기로 굳게 약속한 것 같다. 입만 열면 ‘혁신’ 운운하면서도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를 허무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헌절 아침에 “지역패권주의와 승자 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오히려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꼼수만 횡행한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진원지로 하는 야당 재편 움직임이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웃음을 사는 것은 짝퉁 ‘DJ 정신’이나 팔면서 몇몇 호남 정치인들을 끌어모아 딴 주머니를 차려는 ‘호남 신당론’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당’이었으면 ‘수도권 자민련’이란 얘기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올 초에 내놓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惜敗率制) 같은 지역주의 완화 방안이 담겨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지역구도 타파에 더 효과적인 소선구제 폐지·중대선거구제 전환 방안은 빠져 있다. 지역 패권과 소선거구제 승자독식 구조가 만들어낸 지역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을 여야는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대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완전경선제) 같은 구호로 국민 눈과 귀를 홀리고 있다. 공천제도 개선 제안,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중앙선관위 소속 독립기구화 같은 걸로 통큰 양보를 한 것인 양 또는 국민이 바라고 바라던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잔뜩 생색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뒤돌아서서는 선거구 조정과 비례대표 문제를 주무르는 척하면서 의원 정수를 늘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한국 사회를 오십년 가까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주의는 한반도 반쪽을 동서로 갈라놓은 짓만 한 것이 아니다. 지역만 있고 정책이 없는 정당의 숙주 노릇도 하고 있다. 아무리 죽을 쒀도 변함없이 던져주는 고정표가 있고 1등 아니면 2등을 보장받으니 정책과 민생으로 경쟁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여야 가릴 것 없이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3무(無) 정당이 됐다. 선거 때마다 선거현황판의 영호남 지역이 각각 한가지 색깔로 물드는 꼴을 보고 있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야 지지자들보다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 비율이 더 많다. 국민 상당수가 기성 정치·정당에 신물을 내고 있는데도 정치라는 그릇은 국민이 쏟아내는 변화와 혁신, 꿈과 소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어도 그 안의 정치인들 몇몇은 진흙탕 밖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몸이 진흙탕에 빠져 있다고 머리와 눈과 귀마저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고 있으면 희망이 없다. 정치가 알아서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을 당할 날이 올 것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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