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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추경 통과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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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19 21:50:41 수정 : 2015-07-19 21: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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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투명성 강화 혈세 누수 막아야
‘철밥통’ 공직자 자세부터 바뀌어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전망치를 3.1%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2.8% 내외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예산수요를 위해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추경 규모의 적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재원이 또다시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이번 추경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과연 정부가 뜻한 대로 경기 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이러한 염려를 뒷받침하는 듯한 최근의 감사원 보고서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예산 따로 집행 따로’식으로 거듭되는 예산집행의 부실 때문이다.

감사원은 약 60조원에 이르는 국고보조사업 예산의 48%가 문자 그대로 ‘줄줄 새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손을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혈세가 엄청난 규모로 낭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의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근년에 갑자기 팽창한 복지분야 예산 집행에 구멍이 나 약 4400억원이 새나갔다고 한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사업의 4분의 1이 처음부터 부실하게 편성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그렇다면 왜 예산이 원래 의도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공공정책결정 전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누가·언제·무엇을·어떻게 했는지를 마치 식품의 원산지증명서처럼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공개한다면 공공정책의 전 과정별 책임 소재도 분명히 밝힐 수 있어 예산의 낭비나 불법·편법 지출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만약 올해 예산 376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전 예산과정에 이처럼 투명성을 강화한다면 상당한 예산 절약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공공정책에 있어서 투명성의 중요성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도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6위인데, 우리의 무역규모(세계 8위)나 경제규모(세계 13위)에 비춰 볼 때, 다른 지표상으로 우리보다 유리할 것이 별로 없는 싱가포르(세계 2위), 홍콩(세계 7위), 대만(세계 14위) 등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순위가 크게 뒤지고 있는 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내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뒤지고 있는 원인을 곧 알 수 있다. 경쟁력을 결정하는 117개에 이르는 요소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거시경제 및 환경(세계 7위)이나 사회기간시설(세계 14위)이 아니라, 금융시장발전(세계 80위), 정부제도(세계 82위), 노동시장 효율성(세계 86위)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제도의 ’낙후성’을 좀 더 살펴보면, 조사 대상국인 144개의 국가 중 한국이 특히 순위가 낮은 다섯 부문이 있는데, 그중 둘만 지적하면 ‘기업이사회의 유효성’과 ‘정책결정 투명성’ 영역으로 각각 세계 순위 126위와 133위로 평가받고 있음이다.

무엇보다 공공정책의 생명은 투명성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책의 성공은 이른바 밀어붙이기식의 ‘강력한 집행능력’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이해 당사자들이 정책과정과 정책목적을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투명성 한 가지만 놓고 봐도 우리 행정은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에 속하는데 투명성이 부족한 이유는 정책결정의 어려움이나 절차의 복잡함보다는 결정을 담당하는 공직자의 마음과 자세 때문이라고 볼 수있다. 공직자가 국민의 봉사자라는 소명의식 없이 공직에의 진출을 오직 입신출세(立身出世)의 수단이나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철밥통’쯤으로만 생각하는 한 혈세의 낭비를 줄이거나 정책의 효과를 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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