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임홍빈 옮김/마쓰무라 에이조 사진/문학사상사/1만4000원 |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키는 여행 이후 의미 있는 에세이 여러 권을 묶어냈는데 1990년대 중반 출간한 ‘먼 북소리’가 첫 작품이다. ‘먼 북소리’가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자기 생애를 관조한 작품이라면, 이번에 나온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는 완전한 여행 에세이다. 1986부터 수년간 그리스와 이탈리아, 터키를 여행한 소감을 밝힌 책이다. 하루키 기행 에세이의 백미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하루키는 “나는 책에서 아토스에 관한 얘기를 읽은 후로 어떻게 해서든 꼭 한 번 터키에 와보고 싶었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실제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터키에 이끌렸다. 왠지 모르게 터키의 공기의 질이 나를 인도한 것 같다”고 했다.
터키에서는 자동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을 걸어서 동부 국경지대까지 갔다. 어딜 가나 군인으로 가득하다. 사진 한 장 마음대로 찍을 수 없다. 테러의 위험과 먼지와 양 떼가 가득한 그곳에서 하루키는 진실하고 깊은 인간 세상을 들여다본다.
하루키는 기행문을 쓰는 이유에 대해 “소설 특히 장편소설만 계속 쓰다 보면, 정신적으로 산소 결핍 상태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종류의 글쓰기를 통해 여기저기 닫혀 있는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방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했다.
임홍빈씨는 역자 후기에서 “험난한 기후와 거친 식사, 지친 몸 상태임에도 하루키는 이른바 순문학 작가로서는 지극히 보기 드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장대한 피로’, 일종의 정신적 허탈감을 메우기 위해 기행문을 쓴다”고 밝혔다.
스물아홉 살 때인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36년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하루키는 매년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 아시아 대표적 작가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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