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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이 이슬람국가 된다? 유럽 흔든 위험한 상상

입력 : 2015-07-16 20:03:54 수정 : 2015-07-16 2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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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풍자 작가 우엘백의 ‘복종’ 지난 1월 7일 프랑스 주간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 파리 편집실에 복면을 쓴 두 남자가 난입했다. 이슬람원리주의 성향으로 후일 알려진 이들이 알라를 외치며 자동화기를 난사해 편집자와 경찰을 포함한 12명이 사망했다. 이날자로 발행된 ‘샤를리 에브도’ 표지에는 프랑스의 논쟁적인 작가 미셸 우엘백(57)의 캐리커처가 실려 있었고, 속지에는 그의 신작 장편 ‘복종’ 서평이 올라와 있었다. 이 서평을 썼던 우엘백의 친구도 그날 편집실에서 테러에 희생됐다.

‘복종’은 테러 당일 프랑스에서 발간된 소설로 출간 전부터 뜨거운 관심 대상이었다. 프랑스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민주적으로 투표에 의해 장악당하는 미래의 가상현실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사회에 내재한 이슬람 공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문제의 소설이 현지 출간 6개월 만에 국내에도 최근 번역 소개됐다. 정소미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펴낸 한국어판 제목도 원제 그대로 ‘복종’(Soumission·사진)이다.

시대와 인간에 대해 지독한 환멸에 빠져 있는 40대 대학교수 프랑수아가 중심 화자로 그는 “약간 교양 있고 약간 우울하며 특별한 취미도 없는 독신자”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문학 수업의 유대인 여제자 미리암과는 연인 관계다. 작품 배경은 202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시즌. 극우파 국민전선이 지지율 1위로 독주하는 가운데 카리스마와 지력과 친근감을 두루 갖춘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슬람박애당을 창당해 세를 불려나간다. 대선 1차투표에서 좌파 사회당을 누르고 극우당인 국민전선과 결선에 진출한다.

상황이 이쯤 되자 미리암의 부모는 대선 결선투표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짐을 싸서 이스라엘로 이민을 떠난다. 미리암도 부모를 따라 텔아비브로 떠나야 하는 처지. 졸지에 프랑수아는 애인을 잃는다. 돈을 주고 여인을 사기도 하는 그의 우울한 시선은 프랑스 사회가 이른바 ‘민주적’으로 이슬람 세력에게 장악돼가는 현실을 따라간다. 프랑수아가 만난 정보통 인사가 전하는 유럽의 미래.
테러 당일 발간된 프랑스 주간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 표지에 실린 미셸 우엘백 캐리커처.

“모하마드 벤 아베스의 진짜 야심은 유럽, 그러니까 지중해 주변국들까지 포함한 확장된 유럽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겁니다. (…)어떤 의미로는 드골의 야심, 프랑스의 위대한 친아랍정치가의 야망을 답습하는 것뿐이라고 할까요?”

그의 예측처럼 소설에서는 벨기에에서도 이슬람당이 정권을 잡기에 이른다. 영국이나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도 이슬람당들이 정부와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벨기에는 프랑스에 이어 이슬람당이 여당이 된 두 번째 국가였다. 프랑스 사회도 이슬람 체제로 바뀌기 시작한다. 프랑수아 앞에 닥친 가장 민감한 현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는 개종을 거부하지만 총장의 끈질긴 설득 앞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굳이 일부다처제를 거부할 이유도 모르겠고,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지원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게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우엘백의 풍자적인 역설이 프랑수아의 독백으로 흘러간다.
프랑스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미셸 우엘백. 그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한 행사에서 “‘복종’은 이슬람 혐오주의 소설이 아니지만, 원한다면 우리에게는 이슬람 혐오주의 작품을 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학동네 제공

“하나같이 예쁜 여학생들은 내게 선택받은 것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나와 잠자리를 나눈 것을 영광스러워할 것이었다.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 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이 소설에 대한 프랑스 사회 반응은 첨예하게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20세기 대표적 미래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비견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읽는 이를 더럽히는 소설”이라거나 “그릇된 선동”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유럽 사회의 불편한 미래를 예감하는 이 소설은 프랑스는 물론 독일, 이탈리아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유럽인들의 이슬람공포증을 방증했다. 우엘백은 프랑스에서 격심한 사상적 논쟁을 일으키며 30개국 언어로 번역된 ‘소립자’를 통해서도 성풍속의 변천과정을 중심으로 ‘서구의 자멸’을 면밀하게 분석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지도와 영토’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을 받았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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