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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의 아픔 생생… 18년 이어온 '1318문고' 100번째 책

입력 : 2015-07-16 20:01:45 수정 : 2015-07-16 2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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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세븐틴 세븐틴’ 청소년을 위한 문학은 오랫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배려 속에 아동문학은 각광받을 수 있었고, 이른바 성인들의 문학은 이미 깊은 역사 속에 뿌리를 내려온 터이니 두말할 것 없다. 사계절출판사가 1997년부터 시작한 ‘1318문고’는 청소년문학 불모지에 처음으로 씨를 뿌린 본격 청소년소설 시리즈다. 초기에는 주로 외국 소설을 번역하다가 국내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2002년부터 ‘사계절문학상’을 만들어 운영했다. ‘세븐틴 세븐틴(사진)’은 지금까지 대상을 받은 작가 8명(이옥수 신여랑 김해원 박지리 이송현 홍명진 김선희 최상희)의 단편들을 모아 1318시리즈 100번째 책으로 펴낸 소설집이다.

기획 당시에는 청소년들의 밝고 건강한 면을 부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청소년들이 바다 속에 수장된 참혹한 현실에서 밝은 면만 억지로 부각할 수는 없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기어이 다시 일어나는 의지를 북돋우는 소설들이 나왔다.
한자리에 모인 ‘사계절 1318시리즈’ 100번째 소설집 작가들.

박지리의 표제작 ‘세븐틴 세븐틴’은 주변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학생 ‘나’의 분투를 그렸다. 그네가 짝사랑하는 잘생긴 반장이 어느 날 결석을 했는데 알고 보니 몸의 모든 근육이 다 말라 움직일 수 없는 병에 걸려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장애인 처지였다.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어 부러움을 받던 ‘왕자’가 하루아침에 비참한 상황으로 떨어진 것이다. 나는 세븐틴 생일을 맞아 누구에게서도 꽃을 받지 못해 버려진 존재이지만, 반장의 세븐틴 기념일은 기억해 망설이다 한밤중에 꽃을 들고 누더기 교복 차림으로 ‘짝사랑’을 찾아가 서로 빛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신여랑의 ‘현수의 집’도 어려운 처지에서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가는 10대의 아픈 이야기다. 연극연출가이자 배우인 아버지와 지하 소극장에서 살던 현수는 열한 살 때부터 고모네 집을 전전하다 제주도 큰아버지 집에 정착한다. 그곳에서 그 집 식구들 눈치를 보며 지내다 겨우 안정될 만한데 아버지가 나타나 함께 떠나자고 한다. 현수는 아버지를 피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어느 곳이든 자기가 지금 사는 집이 바로 ‘현수의 집’이라고 되뇐다. 작가는 “내가 사는 곳이 내 집이라고 믿는 현수를 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현수에게 미안하고 더 애틋했다”고 후기에 썼다.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편집장은 “청소년문학은 단지 청소년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일반 문학의 한 장르”라며 “단지 청소년들을 염두에 두고 치열하게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설집에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이구아나’(최상희), ‘그 여름의 진실’(김해원), ‘턱’(이송현), ‘집으로 가는 길’(홍명진), ‘기대지 말고’(김선희), ‘더 가이드’(이옥수)가 수록됐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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