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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파양시켜 주세요” 법에 호소하는 입양아들

입력 : 2015-07-16 06:00:00 수정 : 2015-07-16 14: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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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후 학대·성희롱… 천륜 끊는 가정 한해 100여건…미성년은 직접 파양청구 불가능… 대법원, 법개정 추진
“아저씨가 오늘부터 ○○이 아빠야.”

2009년 4월 한국 땅을 밟은 A(14)양은 자신을 아버지라고 소개한 B씨를 처음 만났다. 중국 출신인 A양의 어머니는 B씨와 재혼했으며 A양은 B씨에게 입양됐다. 하지만 A양이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단란했던 가정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B씨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A양과 B씨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이 더 이상 부녀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A양에 대한 B씨의 친권 상실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A양은 “더 이상 부모자식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법원에 파양과 함께 7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이승영)는 A양이 양아버지 B씨를 상대로 낸 파양 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파양한다”며 A양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과거 B씨의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소송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A양처럼 입양된 자녀가 더는 양부모와 관계를 지속하기 힘든 경우 부모를 상대로 파양을 요구할 수 있다.

1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9∼2014년의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재판상 파양 접수 건수는 2014년 194건, 2013년 199건, 2012년 205건, 2011년 149건, 2010년 145건으로 나타났다.

민법은 재판상 파양을 ▲양부모가 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해 복리를 해친 경우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경우 ▲양친자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네 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A양과 같이 입양자가 13세 이상일 때는 입양을 동의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파양이 가능하다. 다만 부모가 사망하거나 동의가 어려운 상태라면 따로 부모의 동의 없이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권익 보호를 위해 미성년 자녀가 양부모에게 학대받을 경우 직접 파양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현행 민법상 미성년자가 독자적 법률 행위를 할 수 없다”며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복리를 확대하고자 재산과 무관한 사안에 한해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소송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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