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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신해철이 발탁한 실력파 가수 은가은의 뒤늦은 '화려한 외출' 눈길

입력 : 2015-07-11 08:00:00 수정 : 2015-07-1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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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획사를 잘못 만난 것인지 나는 왜 안 풀리고 자꾸 꼬여만 갈까.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고 서울로 올라온 지도 여덟 번이나 해가 바뀌었는데 이름 석 자 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와 음악방송에 출연했고 가창력을 인정받고 나니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방송되는 JTBC 예능 음악프로 ‘끝까지 간다’에서 쟁쟁한 가수들을 물리치고 최종 결선에 오른 ‘숨겨진 고수’ 은가은(27)이 그간의 무명 설움을 기획사 탓으로 돌리고 훌훌 털어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도 빚을 보지 못하고 묻힐 뻔 했던 게 아찔하기만 하다.  

“소속사를 옮기고 3개월 만에 ‘끝까지 간다’ 방송나가죠. 앨범도 녹음 중이고 중국진출도 진행 중이라 요즘 너무 행복해요.”

가수 은가은은 10일 세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만난 대표님이 저에게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면서 체계적으로 아티스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진짜 마음에 들었다”며 “전 소속사도 잘해 줘서 미안한 마음에 망설였지만 방송에 내보낼 만한 여력이 없다 보니 기획사를 바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인 앨범 활동을 앞두고 있는 은가은은 원래 성악가를 꿈꿨다. 중학교 시절 음악콩쿠르 3등 안에 들면 원하는 예고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기에 부산지역에서 열리는 10여개 음악콩쿠르에 참가해 1등을 싹쓸이했다.

입학하려면 사전에 교사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하기에 엄마와 함께 학교를 찾아갔다. 1시간에 20만원하는 비싼 레슨비를 가정형편상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포기하고 입학시험만 치렀다. 

노래를 최고 잘 불렀다고 자신하고 점수표를 봤더니 심사위원들한테 받은 99점, 98점 등의 꽤 높은 점수 가운데 60점대가 하나 있었다. 레슨을 상담했던 선생님이 주신 점수였다.
 
왜 점수가 낮으냐고 물었더니 “미술은 흔적이 남지만 음악은 지나가면 모른다.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해 뒀느냐”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시험에 떨어지고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인문계 고교로 진학해 랩하는 친구를 만나 자주 피처링을 도와주곤 했다. 그 후에는 가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부산 일대 거리공연도 다니고 대학도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과 조교가 내 노래를 UCC동영상을 올리면서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 영상은 MBC 쇼바이벌 작가 눈에 띄어 서울로 급히 올라오라는 연락과 함께 방송에 처음 출연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1위를 했는데 심사위원이었던 신해철이 자기 소속사로 오라고 제의했다는 것. 김범수, 장혜진, BMK, 성시경 등 유명가수 소속사의 러브콜도 있었으나 신해철을 선택하고 서울로 아예 짐을 싸 올라왔다.

3개월 후에 데뷔할 줄 알았더니 소속사 측은 밴드를 하라고 해 여성 4인조 ‘스핀’에서 리드보컬을 맡았다.
 
강렬한 헤비메탈 그룹이라 샤우트와 스탠드 부수는 퍼포먼스도 배웠다. 신해철이 속한 밴드 ‘넥스트’ 전국투어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베이스를 맡은 언니랑 소속사 간에 사이가 좋지 않아 우리 멤버는 소속사에서 모두 나왔다. 밴드 하면서 성대결절도 4번이나 걸리는 쓰라린 경험도 했다.

 

부산 김해 집으로 다시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실망하실 엄마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내려갈 수도 없었다.
 
소속사를 박차고 나왔는데 돈도 없고 기거할 만 곳도 없어서 홍대 인근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하면서 궁핍하게 살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다른 기획사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댄스가수를 하라고 해 무릎이 나가고 침까지 맞아 가며 3년간 연습만 했는데 나하고는 전혀 맞지 않았다.
 
억지로 춤추면서 노래를 하려니까 힘만 들고 결국 우울증까지 걸렸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뭐하는지도 모르겠고 오로지 연습과 집만 왔다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바깥생활과 차단되고 점점 외톨이가 돼 버렸다. 

그러던 중  2013년 ‘드롭 잇’이란 제목의 첫 앨범을 내게 됐다. 노래도 몇 번 부르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을 끝냈다. 결과는 뻔했다. 지금 음원을 들어보면 초등학생이 부르는 것 같은 감정도 표현도 없는 아주 형편없는 곡이다.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레이트 블루머’의 타이틀곡 ‘베이비베이비’외에 또 다른 수록곡 ‘기억하잖아’는 노래제목을 ‘내 눈물이 말하잖아’로 바꿔 드라마 ‘달려라 장미’ OST곡으로 삽입됐다.
 
이 노래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개인 팔로어가 8만4000여명이나 생겼다. 

또 페이스북 친구들이 ‘겨울왕국’OST곡 ‘렛잇고’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직접 부른 노래를 영상으로 걸었더니 재생 380만 회라는 엄청난 기록을 이끌어냈다.

 

이후 SBS ‘스타킹’에 출연하고 네이버검색 1위로 인기가 급상승하려는데 난데없이‘세월호사건’이 터져 또 발목을 잡혔다.
 
3개월 동안 쉬면서 소속사 몰래 축가를 불러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고 트로트 행사도 나갔다.

돈이 없어 삶은 계란 2개와 두유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자연 다이어트도 하게 됐다. 고진감래라고 이제야 마음에 드는 새 기획사를 만났으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인기 많은 가수가 된다면 꼭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게 되면 고생하는 엄마한테 2층집을 지어 줄 거예요.”
 
중학교 때 울림이 좋다며 김수로왕비릉 주변과 대나무 숲에서 혼자 노래연습하고 서울하면 해외로만 여겼던 시골소녀가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대중가수로 우뚝 설 날이 결코 멀어 보이지 않는다.

신해철 소속사에 있었던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 오빠가 고인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함께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오빠는 가라오케 술집을 좋아했는데 같이 가면 밴드를 시켜서 팝송 ‘로큰롤’을 듀엣으로 신나게 불렀어요. 그래도 제일 좋아했던 노래는 ‘마이웨이’였던 거 같아요.”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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