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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무능한 가장 이기적이며 비도덕적 인물”

입력 : 2015-07-11 08:13:55 수정 : 2015-07-11 08: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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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서 돈 벌 생각은 않고 아내에 의존
양심 가책 없이 매점매석 통해 재산 축적”
한가지 주제를 과목별 다른 관점으로 해석
다양한 사고 유도 ‘교실 융합수업’ 기법 소개
천왕성, 임근수 지음/지상사/1만4500원
창의융합 교실-허생전을 파하다/천왕성, 임근수 지음/지상사/1만4500원


“우리 고전 소설 허생전의 줄거리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잘 알려져 있다.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기인’으로 그려진 게 소설 속 허생이란 인물이다. 원작자인 연암 박지원은 허생이란 가상 인물을 설정, 부국이민의 경제사상과 인본주의라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조선 후기 실학의 흐름을 소설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허생을 다른 각도로 보면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인다. 그는 영웅은커녕 무능한 가장에 불과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하면서도 돈 벌 생각은 않고 글공부에만 열중했다. 그런 그를 먹여살린 이는 그의 아내였다. 허생이 양반이면 그의 아내도 양반일 터인데 자신만 양반으로서 고고함을 지키면서 아내에게는 삯바느질을 시켰다. 자식들을 돌보지 않은 가장의 기본적인 책무도 없다.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허생은 실학자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성리학자였다. 돈을 굴리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실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허생은 또한 수많은 법률을 위반한 비도덕적인 인물이란 사실이다. 독점금지법이 없었던 조선 후기, 허생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는 매점매석을 통해 부를 쌓았다. 그러고는 이 돈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했다. 물론 조선 후기를 현대의 잣대로 재단할 순 없지만 연암은 허생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자 했을까.”

수도권의 한 고교의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현직 고교 교사들이 쓴 신간 ‘창의융합 교실-허생전을 파하다’는 융합 수업의 실례를 들면서 운용 기법을 전해주는 보기 드문 책이다. 한 가지 주제에 몇 개 과목이 융합되어 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교과별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교과 간의 벽을 허물고 인문학과 과학, 예술 과목의 수업을 병행해 통찰력을 기르도록 하는 수업 형태이다. 지금까지의 수업 방법인 주입식의 지식 습득과는 전혀 다른 기법이다. 
경기도 포천의 한민고 교실에서 융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민고 제공

예컨대 큰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미생’에 관한 얘기도 주목할 만하다. 고통스러운 취업전쟁, 무분별한 스펙 쌓기, 비정규직의 고통 등 젊은이들의 애환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열광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드라마를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유도한다. 독점 기업이 그들의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경우에 집중하도록 했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독점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법을 두고 있지만, 대기업의 독과점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는 실례를 다수 들고 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서평에서 “21세기의 학문 중 그 어느 것도 다른 학문의 도움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홀로 좁고 깊게 파는 일은 여전히 힘든 일”이라면서 “혼자서는 평생 동안 파도 표면조차 제대로 긁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이것이 바로 통섭을 해야 하는 무식하리만치 단순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분과 학문의 20세기가 저물고 바야흐로 ‘통섭학문의 21세기’가 열렸다”면서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학교들에서 과연 통섭이 가능한가. 솔직히 쉽지 않아 보인다.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교육의 전형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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