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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이름은 여덟글자… “좀 다를 뿐이죠”

입력 : 2015-07-11 08:11:54 수정 : 2015-07-11 08: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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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연 지음/김미정 그림/노란돼지/1만원
우리 엄마는 응우웬티기에우짱/신채연 지음/김미정 그림/노란돼지/1만원


‘응우웬티기에우짱.’ 숨기고 싶은 엄마 이름입니다. 학교에서 써 오라는 ‘녹색어머니 교통봉사단’ 신청서의 이름 칸에 긴 엄마 이름을 적어 넣느라 나는 고군분투합니다. 엄마 이름은 두 글자도 아니고 세 글자도 아닌, 자그마치 여덟 글자나 됩니다. 칸은 좁고 이름은 길어서 자꾸만 쓰고 지우다 보니, 어느새 종이에 구멍이 날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엄마 이름을 보고 놀리는 것도 싫고, 다른 친구들과 달라 보이는 것도 싫어서 엄마 이름을 숨기고 싶지만 엄마는 그런 내 마음을 몰라줍니다. 할머니가 가장 잘 짓는다는 읍내 작명소에서 지어 오신 예쁜 한국 이름 김혜원이 있는데도 엄마는 왜 그 긴 이름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게다가 아침 등굣길에 녹색어머니 교통 봉사를 나온 엄마가 어이없는 일을 벌였습니다. 글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병식이를 우리 집에 초대했지 뭐예요. 병식이는 1학년 때 급식 신청서에서 엄마 이름을 보더니 엄마가 짱이면 너도 짱이냐며 놀려대서 크게 싸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발 병식이랑은 한 반이 안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 도대체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병식이를 초대한 걸까요.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강민재는 엄마의 긴 베트남 이름을 부끄러워 한다. 책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다르다고 차별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 주변에서 이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서로의 문화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친구들에게도 그런 다름을 존중하기를 일깨운다. 엄마는 베트남 고추를 넣어 맵지만 맛있는 떡볶이를 해줌으로써 서로 다른 문화도 잘 어우러지면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가르쳐 준다. 민재는 떡볶이를 나누어 먹으며 앙숙 친구인 병식이와 친해지고, 엄마가 이름만 짱이 아닌 진정한 짱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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