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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시각서 본 한국 “惡의 평범성을 경계하라”

입력 : 2015-07-11 08:01:32 수정 : 2015-07-11 08: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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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지음/까만양/1만5000원
사마천 한국견문록-사기의 시각에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이석연 지음/까만양/1만5000원


“사유하지 않고,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영달만을 생각한 아이히만과 왕온서, 세월호 선장은 과거의 인물들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현재의 인물들이죠. 무사유가 만든 ‘상징적인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가능성입니다. 거대한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와 보신적 이기주의와 결합할 때 나타나는 악의 가능성 내지 ‘악의 평범성’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사마천의 ‘사기’에 비춰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본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펴냈다. 고대 중국 사서에 거론된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조명하고 있다.

이 전 처장은 책에서 악의 평범성의 만연을 거론한다. 그는 “나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세월호 선장, 직언 없는 정치,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대권 쟁취자들의 고질병, 존경할 만한 원로가 없는 사회, 변절이 미화되는 세태, 일관성이 없는 법치 등은 악의 평범성의 좋은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 전 처장은 “한국의 대통령들은 왜 박수 받으며 떠나지 못했는가,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왜 욕을 먹는가, 몸통과 깃털이라는 표현의 저변에는 무엇이 내재하고 있는가, 관료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한국의 법치주의는 무엇이 문제인가, 부의 정당한 추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의리와 지조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사기의 원문과 대조하면서 이런 한국적 고질병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됐을 당시 면회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당시 “(나의) 장남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전 처장은 “(이 의원이) 장남의 요청대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초야에서 유유자적했더라면 존경받는 원로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들에게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삶의 터전이 우울과 피로의 장소가 된다는 것은, 정치가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심이 국가 발전의 동력이라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진리를 한국 정치인들은 숙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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