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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동료 운동화 빌려 출전… 훈련·알바 병행…역경 이기고 U대회 참가한 외국 선수들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빛고을 광주에는 이역만리 먼 땅에서 가난과 질병, 자연재해를 딛고 꿈을 위해 달려온 외국 선수들이 있다.

카브리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육상 국가대표인 팰런 포르데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육상화조차 제 돈으로 구입하지 못했다. 포르데 가족의 한 달 수입은 불과 1140달러. 가족 여섯명의 생활비로만 써도 부족한 상황에서 200달러짜리 육상화는 그에게 사치였다. 그래서 포르데는 동료의 육상화를 빌려 신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훈련 도중 찢어져 광주 인근의 구두 가게에서 수선을 해야 했다. 
바베이도스 육상대표 포르데와 꿰맨 운동화·아이티 태권도 대표 알티도르

포르데는 “정부나 협회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경기장 이동부터 운동 장비, 부상관리 등을 거의 혼자 책임져야 해 어려움이 많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면서 “신이 주신 재능인 달리기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100m, 200m 최고기록이 각각 10.5초, 20.8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도 이미 큰 것을 이뤘다. 열심히 노력해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태권도를 배우며 꿈을 키워온 선수도 있다. 타지키스탄의 칼림머바 모흐루는 한국의 나사렛대에 태권도 유학을 와서 배우고 있다. 모흐루 역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운동이 끝나면 저녁 늦게까지 식당 청소 부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태권도 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흐루는 1991년 타지키스탄에 혈혈단신으로 넘어가 태권도를 전파해 제자들이 러시아 전역으로 퍼진 전정휘 감독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했다.

모흐루는 초기엔 체력이 약했지만 이를 극복하며 슬슬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타지키스탄 여자선수로는 처음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감독은 “이번 대회에 워낙 강자들이 많이 나와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지만 모흐루도 결코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이티의 마르캉송 알티도르도 태권도에 대한 꿈 하나로 혈혈단신으로 광주에 온 선수다. 이번 대회 아이티의 유일한 선수인 알티도르는 2010년 대지진으로 집이 무너졌다. 훈련할 곳도 마땅치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알티도르는 태권도에 열중했다. 이번 대회 출전도 그를 눈여겨본 주변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을 끊어줘 가능했다.

지난 4월과 5월 대지진을 겪은 네팔의 펜싱 선수 산지프 라마도 집이 무너져 장비를 모두 잃었지만 대한펜싱협회의 도움으로 이번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호주의 펜싱선수 사이먼 케이폰은 암을 딛고 출전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만에서 고아로 태어나 호주로 입양된 케이폰은 팔꿈치 부상과 림프암 수술을 딛고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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