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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비 줄이려 만든 체크카드, 되레 가계대출 통로로

입력 : 2015-07-07 06:00:00 수정 : 2015-07-07 14: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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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계좌 연결 마이너스통장 잔액 5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
방모(26·여)씨는 최근 체크카드를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마이너스통장을 같이 만들라”는 권유를 받았다. 은행원은 혜택이 더 많다며 신용카드를 쓰라고 부추기다가 방씨가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계좌에 잔액이 없을 때 마이너스통장과 연결해 놓으면 편리하다”고 마이너스통장을 권했다. 방씨는 “소비를 줄이려고 체크카드를 만들러 갔는데 자꾸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을 쓰라고 하니 불쾌했다”고 말했다.

가계 빚을 줄이고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혜택 등 활성화 대책까지 만든 체크카드가 오히려 가계대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체크카드 결제계좌로 연결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은행들이 체크카드를 대출장사에 이용하면서 그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는 2010년 말 133만2600장에서 2014년 말 204만1600장으로 늘었다. 체크카드 결제계좌로 쓰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같은 기간 8조5755억원에서 16조642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마이너스통장은 복잡한 대출서류를 준비하거나 은행을 자주 방문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인출해 쓰고 여윳돈이 생기면 다시 채워넣는 편리함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별도의 통장을 만들 필요 없이 월급통장이나 쓰던 계좌에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약정만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마이너스통장은 대출금을 한꺼번에 받는 신용대출보다 이자가 0.5∼1.0%포인트 더 높은 데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이자가 복리로 계산돼 불어난다.

지난 1분기 17개 시중은행의 신규대출 기준 마이너스통장의 평균 금리는 연 5.26%였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의 평균금리가 7.66%로 가장 높았고, 씨티은행(7.39%),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6.59%) 등 외국계 은행의 금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결제계좌에 잔액이 없어 발생하는 연체이자율보다는 마이너스통장 이자가 훨씬 싸다”며 마이너스통장 연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체크카드 연계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출시해 적극 광고하고 있다. 체크카드 사용의 간편함을 강조하지만 이 마이너스통장의 금리는 무려 14.9∼29.9%에 달한다.

체크카드 사용 시 계좌잔액을 알려주는 알림메시지 이용률이 저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기준 체크카드 고객 중 알림메시지를 신청한 전체평균은 38.7%에 그쳤다. 특히 우리카드가 10.5%에 불과하고 씨티은행(11.8%), SC(13.5%), IBK기업은행(10.4%), 하나카드(28.2%) 등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 삼성, 현대카드 등은 그나마 50%대를 넘고 농협은 체크카드로 2만원 이상 결제하면 전 카드에 대해 무료로 문자를 발송해주고 있다.

알림메시지를 받지 않으면 계좌잔액이 부족해 통장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는지, 대출금과 이자가 얼마나 불어났는지도 모른 채 체크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또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체크카드 결제계좌에 마이너스통장을 연계하는 일도 있어 본인도 모르게 대출금을 쓰게 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신학용 의원은 “마이너스통장을 쓰기 위해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사례가 포함됐다 하더라도 체크카드 연계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5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체크카드의 취지를 살리고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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