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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신고 싶은 사람 제 값주고 신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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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6 01:26:10 수정 : 2015-07-06 0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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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쯤 된 것 같다. 중·고교 시절 좋아했던 힙합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샘솟기 시작한 게. 이유는 최근 시즌4를 시작한 ‘Show me the money’라는 힙합 서바이벌 TV프로그램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른 넘은 나이 탓인지 랩을 잘 따라하기 힘들어 쉬는 날이면 스냅백 모자에 조던 농구화 등 편한 힙합 옷차림을 즐겨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됐다. 문제는 조던 농구화에 대한 애정이 늘어나 갖고 싶은 모델은 많아지는데 정가를 주고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시그니처 운동화인 ‘에어조던’은 본래 나이키의 브랜드였으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나이키 산하의 독립 브랜드로 분화됐다. 1985년 출시된 ‘에어조던1’부터 29까지 시리즈가 있고, 시리즈마다 색상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마니아들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여기에 G-DRAGON, 고준희 등 국내 패셔니스타들까지 에어조던을 즐겨 신으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그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중·고교생 사이에선 에어조던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자리 잡았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른바 ‘리셀러(Re-seller)’라 불리는 이들의 극성 구매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대박 모델’의 출시일이 결정되면 길게는 3∼4일, 짧으면 하루 전부터 매장 앞에 진을 친다. 제품이 선착순 1인1족씩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도 1초면 동난다. 그야말로 ‘조던 전쟁’이다.

그러나 리셀러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이 조던에 목매는 이유는 직접 신거나 소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되팔기 위해서다. 마진도 괜찮다. 최근 발매된 ‘조던11 트루레드 로우’는 소비자가가 20만9000원이었지만 발매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35만∼40만원에 버젓이 거래됐다. 정작 신고 싶은 사람들은 제값보다 10만원 이상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나도 대박 모델인 ‘조던6 카마인’을 정가보다 20만원이 비싼 40만원에 구입했다.

남정훈 기자
지난 2월 설 연휴 때는 줄서기를 해서라도 ‘조던4 테크그레이’란 모델을 제값에 사기 위해 발매 하루 전날 매장에 갔다. 이미 매장 주변은 인산인해였고, 내 순번은 108번. 많아야 70족 정도가 풀린다는 정보에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기에서 본 다수의 리셀러들은 혼자 오는 게 아니었다. 갓난아기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도 데려온다. 심지어 줄서기 대행 알바도 고용한다.

‘조던 투기’를 보면 문득 부동산 시장의 그것이 떠오른다. 부자들은 서민보다 앞선 정보력과 자본력으로 주택을 주거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다. 자연스레 집값은 뛰고, 정말 몸 누일 곳이 필요한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웃돈을 지급하고 집을 사야 한다. 치솟는 집값을 감당 못하면 메뚜기처럼 2년마다 전셋집을 옮겨다니거나 등 떠밀리듯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지방으로 쫓겨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기대해본다. 신발이든 주택이든 시장을 교란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격이 아닌 적정한 가격에 웃으며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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