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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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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3 22:09:25 수정 : 2015-07-03 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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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4차원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고전 판타지 ‘공주와 고블린’을 쓴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맥도널드다. 그런 상념을 토대로 책도 냈다. 과학소설 색채가 짙은 ‘릴리스(Lilith)’다.

맥도널드 친구 중에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란 인물이 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친 수학자다. 선거의 비합리성에 관한 예리한 논문도 썼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 작가로만 기억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이름 또한 도지슨이 아니라 필명인 루이스 캐럴이다.

‘앨리스’는 무엇인가. 정답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품’일 것이다. 판타지의 기념비라 답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과학계 일각에선 일종의 수학책으로 본다. 19세기 지식사회 관심사였던 차원 등의 수학 개념을 우화적으로 녹여냈다는 것이다.

미국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가쿠는 끈 이론 등을 다룬 ‘초공간’에서 “캐럴의 흰 토끼가 토끼굴에 빠져 이상한 나라로 떨어질 때, 사실은 벌레구멍(웜홀) 안으로 떨어진 것”이라 주장한다. 웜홀 효과로 이상한 시공간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캐럴의 작가적 순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든 흰 토끼를 따라 웜홀로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됐다면 당대는 물론이고 현대 독자들도 즉각 캐럴의 책을 내팽개쳤을 게 뻔하니까.

국내 출판계 일각에서 ‘앨리스’ 바람이 분다. 얼마 전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사파리)가 무삭제판으로 나왔고 특별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서구 사회처럼 요란하진 않아도 눈길이 가는 바람이다. 왜 이런가. 올해가 초판 출간 150주년인 까닭이다. 특히 7월4일은 출간 3년 전, 캐럴이 뱃놀이 도중 앨리스 모험담을 즉흥적으로 지어내 실존인물인 소녀 앨리스에게 들려준 날이다. 오늘은 ‘앨리스’ 생일인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다. ‘이상한 나라’를 ‘안 이상한 나라’ 혹은 ‘덜 이상한 나라’로 바꾸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앨리스’ 생일을 맞아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 꼴을 면했는지 곱씹게 된다. 면할 가능성이 과연 있는지도.

정쟁에 바쁜 정치판만 봐도 답은 뻔하다. 토끼굴에 빠진 것은 아무래도 앨리스만이 아닌 것 같다. ‘안 이상한 나라’ 혹은 ‘덜 이상한 나라’는 맥도널드의 천국처럼 4차원에 있는 것일까.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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