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성준의디지털세계] 무제한 데이터로밍 유감

관련이슈 박성준의 디지털세계

입력 : 2015-07-03 22:09:07 수정 : 2015-07-03 22:09:0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툭하면 서비스 장애, 현지 망 품질 알고도
‘무제한’ 홍보 띄우고, 고객 돈만 빼가는 이통사 꼼수에 분통
해외여행 중 자칫하다간 데이터로밍 요금이 수백만원 부과되는 재앙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아예 비행기를 타면서 데이터로밍을 차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너무도 익숙한 현대인은 반나절도 오프라인 상태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 통신사에선 이를 겨냥해 ‘무제한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루 1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국내에서처럼 해외에서도 인터넷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서비스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무제한’이 실상은 ‘현지사정이 허용하는 한’이라는 점이다. 최근 뉴욕 출장길에 경험한 데이터로밍 서비스는 수준이 형편없었다. 숙소가 있는 뉴욕 외곽 지역에선 어느 정도 데이터 이용이 가능했지만 도심 맨해튼 지역에선 거의 불통이었다. 우리나라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이용자는 미국에선 AT&T, T-모바일의 통신망 중 하나를 골라 쓸 수 있는데 두 군데 모두 맨해튼 지역에서 모바일 웹 서핑 등 데이터 이용이 불가능했다. 딱 카카오톡에서 문자 메시지만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정은 역시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신청한 옆 동료도 비슷했다. 미국 통신업체들이 현지인을 위한 LTE망은 품질관리를 하면서 데이터로밍 이용자 대부분이 쓰는 3G망에는 더 이상 투자·품질관리를 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 국내 통신사들은 LTE 데이터로밍 서비스도 내놓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요금이 3G 데이터로밍 서비스의 두배 수준이어서 선뜻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출장기간 내내 인터넷 이용은 카페·호텔 등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서비스에 의존했다.

박성준 디지털 뉴스팀장
데이터로밍 서비스 장애가 계속되자 출장 기간 틈틈이 데이터로밍 속도를 측정했는데 보통 다운로드 0.1Mbps, 업로드 0.05∼0.11Mbps였다. 인터넷 속도 측정 전문 사이트 벤치비에 따르면 우리나라 3G망 속도는 통상 다운로드 3Mbps, 업로드 1Mbps 정도다. 단순 비교하면 우리나라 3G망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품질이다.

귀국 후 통신업체 고객센터에 데이터로밍 서비스 이용자로서 겪어야 했던 불편에 불만을 제기했다. 실무 부서에 문의하겠다던 상담원은 몇시간 후 ‘데이터로밍에 장애가 있었다지만 6일 동안 100Mb의 데이터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니 데이터로밍 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취지로 ‘선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다음부터는 비슷한 불만을 제기해도 소용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저질의 3G망을 해외 통신사에 돈받고 빌려주는 미국 통신업체가 제일 큰 문제일 테다. 하지만 ‘무제한’만 강조하며 하루 1만원 정도의 돈을 해외여행자 지갑에서 빼내는 통신업체도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다. 데이터로밍 서비스 가입 고객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통신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통신3사 홈페이지 상품 안내에서 찾아본 결과 데이터로밍 품질에 대한 설명은 깨알같이 숨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딱 한 곳에서만 “현지 망 사정으로 인하여 데이터로밍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는 ‘데이터로밍 품질 불안정 국가’로 베트남, 괌, 사이판을 제시하고 있었다. “미국·사이판 등에서 아이폰·넥서스가 아닌 스마트폰은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언급도 있긴 했다. 직접 경험한 바 아이폰 역시 속도저하 현상을 겪은 만큼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통신3사의 데이터로밍 관련 매출은 2011년 87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7% 증가하며 급성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인터넷 이용과 해외여행이 늘어난 지금은 이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을 수밖에 없다. 조만간 시작될 여름 휴가철에 또 수많은 여행자가 무제한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텐데 통신사는 보다 정확한 로밍 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불만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성준 디지털 뉴스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