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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사선 넘은 아이들 ‘희망의 드리블’… 그라운드서 꿈을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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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3 23:45:40 수정 : 2015-07-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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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시행하는 탈북 청소년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정적입니다. 그래서 남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장은 조금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통통축구리그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죠.” 통통축구리그를 주최하는 남북하나재단 송종섭 차장은 정부나 통일 관련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탈북 청소년을 위해 교육이나 캠프 등을 많이 했지만 스포츠 활동은 다소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통통축구리그가 정적인 탈북청소년 교육을 활동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리그를 주관하는 남북하나재단은 2010년 9월 설립됐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뒤 최근에는 남북하나재단으로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통일부의 기타 공공기관으로 등록된 이 단체가 적극 나선 덕분에 인조잔디구장인 국민대 대운동장을 11월까지 무상으로 빌릴 수 있었다.

송 차장은 “부모가 처형을 당한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은 머릿속에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래서 남한으로 온 학생들 중에 심리가 불안정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 오면 먼저 한국에 온 선배들을 만나고 같이 어울려 뛰면서 교류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통축구리그에 참가한 탈북 청소년 등 선수들이 지난달 6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대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기 전에 몸을 풀고 있다.
남북하나재단 제공
#야생마처럼 거칠던 학생들이 밝아졌다


네 팀 중 가장 열정적인 팀은 여명학교다. 2004년 9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로 출발한 여명학교는 한국 사회와 공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운 탈북 청소년을 위해 세워졌다. 탈북하면서 정규교육과정을 제대로 못 밟은 청년들도 있어서 축구팀 선수 연령대는 14∼26세. 이 중 10대 중반의 어린 선수들의 승리욕이 대단하다.

간혹 욕심이 지나쳐 경기가 과열될 때도 있다고 한다. 경기 중 볼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 여명학교팀은 교사들도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 공격과 수비에 배치된 교사들은 축구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고 선수들이 안전하게 공을 차도록 조절 역할을 한다.

여명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황희건 교사는 “통통축구리그는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학생들에게 이 리그는 사회생활의 첫 단추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조심히 해라. 상대가 넘어지면 일으켜드려라, 정정당당하게 하라고 강조하는데 말로만 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며 “낯선 사람과 축구를 하면서 선배 탈북 청년들도 만날 수 있고 남한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결석이 잦은 아이들도 축구하는 날에는 꼭 학교에 온다”고 귀띔했다.

몇 시간에 걸쳐 뛰어다니면 지치게 마련인데 여명학교팀은 헉헉거리면서도 시작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적토마처럼 달린다.

2013년 탈북한 여명학교팀 박모(21)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잔디구장도 없고 누가 체계적으로 축구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아 몸싸움도 거칠게 하는 편인데 정기적으로 다른 팀과 경기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했다.

#실력은 L4가 최고 나우와 몬스터도 실력 쌓아가


축구 실력은 L4 선수들이 으뜸이다. 참가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5월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리그에서 단 1패도 없다. 17세부터 30세까지 있는데 대부분은 탈북 대학생들이다. 탈북대학생과 북한인권시민연합 자원봉사자들이 한 팀이 돼 매주 발을 맞춘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간사는 “탈북 청소년, 대학생들이 학업이나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자는 취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각자 친구나 선후배를 데려와 인원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나우’와 ‘몬스터’는 이번 리그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그래서인지 패스 등 조직력이 다소 떨어졌다. 탈북 대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외국인이 주축인 나우는 자주 모여 연습할 시간도 부족해 SNS상에서 전술훈련을 한다. 방학을 맞아 전지훈련을 가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한데 모이기 쉽지 않다.

그래도 매월 첫째주 토요일만 되면 통통축구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만사 제치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나우를 이끄는 이영석 총괄사업팀장은 “처음 시범경기에 참여했을 때는 팀 플레이가 하나도 되지 않았는데 몇 번 경기를 해보니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 공식 개막하면 결코 만만하게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몬스터도 급조된 팀이지만 실력파 선수들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002년 탈북해 국민대에서 체육을 전공하는 양모(25)씨는 2009∼2011년 영국으로 축구 유학을 다녀왔다. 그는 “비록 현실의 높은 벽에 축구선수 꿈은 접었지만 탈북한 선후배들과 축구장에서 어울리는 것으로도 만족한다”며 “앞으로 선수를 더 모아 리그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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