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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신랄하게 풍자… 촌철살인 만평으로 읽는 현대사

입력 : 2015-07-04 10:00:00 수정 : 2015-07-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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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조홍식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세상을 향한 눈-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조홍식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지난 1월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 터졌다. 촌철살인의 만평을 게재해 온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실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무장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난사해 편집회의 참석자들을 무참히 살해한 것이다. 카뷔를 비롯해 프랑스의 대표적 만평가들이 불시에 목숨을 잃었다. 범인들은 경찰 수사에서 샤를리 에브도가 만평을 중단하지 않으면 계속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만평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를 새삼 일깨운 사건이었다.

신간 ‘세계를 향한 눈’에는 1989∼2012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풍자한 만평 230여편이 실렸다. 책에 작품이 실린 만평가는 86명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만평 잡지로 유명하다. 권력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데 만평만큼 위력적인 수단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 잡지는 그간 주목을 받아왔다. 책에는 살해 위협을 받아 온 유명 작가들의 만평이 적잖이 실려있다. 20여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과 관련한 만평들이 대부분 포함돼 한 권의 최신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만평마다 저자의 재치 있는 단평이 더해져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이 책의 편저자인 장크리스토프 빅토르는 만평의 의미와 영향력, 역사적 순간을 표현하는 능력, 그림의 효율성과 미적이고 시적인 감각을 고려해 작품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악마의 시’로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은 살만 루슈디를 비롯해 톈안먼사건, 아랍 혁명, 팔레스타인 총선, 넬슨 만델라의 석방, 마이클 잭슨의 죽음 등 23년간의 사건이 촘촘히 실려 있다.

통상 만평가들은 테러나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 이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 시리아의 만평가 알리 페르자트 역시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페르자트는 시리아의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이자 반정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 8월 25일 새벽 5시쯤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고 귀가하는 도중 괴한을 만나 테러를 당했다. 페르자트는 페이스북에서 자주 살해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귀가하고 있었다. 친정부 민병대원들이 차를 세운 뒤 그를 끌어내 무차별 폭행했는데 특히 손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페르자트는 경찰 조사에서 “손을 때려부숴…. 바샤르와 역대 대통령들 그리고 장군들에 대한 그림을 더 이상 못 그리도록 교육 좀 시키란 말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페르자트는 그의 그림과 소지품이 담긴 가방을 빼앗겼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버려졌다. 페르자트가 공격받은 뒤 병원에서 찍힌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캐리커처를 그려 유명해진 카이스 알힐랄리는 괴한을 만나 도망치다 결국 살해됐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2000년 만평에서 부시가 이상한 선거로 당선됐다고 비꼬았다.

빅토르는 원래 지리학자이다. 그는 1990년부터 프랑스 아르테 방송에서 TV다큐멘터리를 진행하면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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