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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채권단 '치킨게임'…그렉시트 현실화되나

입력 : 2015-07-02 19:09:47 수정 : 2015-07-02 23: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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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이틀 앞… ‘파국·타협’ 분수령
기차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처한 그리스와 유럽 채권단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양측의 ‘치킨 게임’의 끝이 파국이 될지, 대타협이 될지는 일단 5일(현지시간) 치러질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 vs 채권단, 5일 국민투표서 ‘결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연설을 통해 채권단 제안과 관련한 찬반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는 지금 협박당하고 있다”며 “더 공정한 합의안을 압박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에서 반대 투표를 해 달라”고 역설했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제안을 일부 수정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채권단 ‘트로이카’의 수장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투표를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그리스 정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저녁 전화회의를 열고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입장을 이미 정했으며, 더 덧붙일 것이 없다”며 국민투표 전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유럽 공동체가 서 있는 법 규정과 책임의식을 잊으면 유로화는 실패하고 유럽도 실패할 것”이라며 원칙을 벗어난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만기가 도래한 IMF 채무 16억유로(약 2조원)를 못 갚은 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ECB 채무 34억6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채권단 제안을 반대하고 결국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도 끊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은행들이 붕괴하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그리스가 파국을 맞게 될 경우 유럽 입장에서도 ‘하나의 유럽’이라는 꿈이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양측 간에는 “타협의 징후가 전혀 없다”며 “채권단은 치프라스 정부에 굴욕감을 주고 좀더 유순한 정부가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채권단이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결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내 다른 재정 취약국들이 그리스를 따라 ‘긴축 종식’과 ‘채무 탕감’ 요구에 나설까봐 두려워서라는 설명이다. 스페인에서는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포르투갈에서도 올해 하반기 총선에서 반긴축 노선의 사회당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화 구상자인 오트마르 이싱 전 독일 중앙은행 이사는 그리스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유로존에 계속 남을 경우 “포데모스도 유권자에게 ‘봐라, 꼭 허리띠를 졸라 맬 필요는 없다’고 외칠 것”이라며 그렉시트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자본통제 등) 사태가 길어질수록 그리스는 더 열악한 조건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이 6일 정도까지밖에 못 버틸 정도로 급속히 돈이 말라가고 있으며,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될수록 채권단은 더 가혹한 긴축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번갈아 들락거리던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강경 입장을 택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점, 국민투표에서 ‘반대’ 여론이 압도할 경우 국민의 지지를 무기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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