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더 섹시하잖아! 더 근사하잖아! 더 재미있잖아!

입력 : 2015-07-03 05:42:52 수정 : 2015-07-03 05:42: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멋지잖아, 근사하잖아, 재밌잖아.”

주인공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랫말처럼 뮤지컬 ‘시카고’는 언제나 멋지다. 근사하고 재밌다. 검정 무대의 중앙에는 14인조 빅밴드가 앉아 있다. 노란 조명이 켜지고 재즈가 흐르면 1920년대 미국 범죄도시 시카고의 공기가 밀려드는 것 같다. 검정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들에는 위험한 범죄 냄새와 환락이 스며 있다. 성적인 도발과 자신감이 배어 난다. ‘시카고’는 언론도, 사법제도도 모두 쇼임을 풍자하는 한 편의 끈적끈적하고 세련된 쇼다.

내달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시카고’는 12년 만에 미국 브로드웨이 투어팀이 내한한 무대여서 기대를 모았다. ‘시카고’는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서울에서만 500여회 공연했다. 르네 젤위거·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워낙 친숙한 작품이지만 미국 투어팀의 무대는 ‘원조의 힘’을 느끼게 했다. 이들의 몸 동작에는 리듬이 넘쳤다. 재즈 선율이 살과 근육에 배어 있는 듯한 춤사위를 보니 ‘시카고’가 미국이라는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났음이 확연히 느껴졌다.

전반적인 가창 실력은 조금 아쉬웠다. 정부를 살해한 록시 역의 달리스 크로만은 맵시 있는 몸 동작과 춤, 연기력이 돋보였다. 반면 노래는 평범했다. 몸짓의 매력만큼 노래로 보는 이를 매혹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 구축이 덜 된 초반에는 매력이 약했으나 극이 진행될수록 록시의 사랑스러움을 발산했다.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벨마 역의 테라 매클라우드는 반대였다. 노래 실력은 좋았으나 춤의 맛이 덜했다. 마지막 록시와 벨마가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실력차가 두드러졌다.

극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적절하게 해석된 대사와 상황에 맞춰 변하는 자막의 글자체가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시카고’는 요란한 무대연출 없이도 뛰어난 대본과 배우, 음악, 춤만으로 얼마나 뮤지컬이 관능적이고 흥겨울 수 있는지 새삼 확인시켰다.

송은아 기자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