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정원의 연못과 정자. 키 큰 나무가 사람과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졸정원은 섬세하면서 그윽해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답다. 쑤저우=문화미디어랩 제공 |
무라카미 식대로 말하자면, 중국의 쿤산(昆山), 쑤저우(蘇州), 난징(南京)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아름답다. 유난히 섬세한 디테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들의 속살이 그렇다. 고상한 취향을 드러내는 정원이 그렇고 수로는 오밀조밀하며, 건축물은 인간친화적이다. 아기자기하고 겸손하며 귀족의 고상한 취미가 넘쳐난다. 이곳의 볼거리는 안으로 들어가야 실체를 만질 수 있다.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園)은 이름조차 겸손하다. ‘졸정(拙政)’이라는 말은 ‘졸자지위정야(拙者之爲政也)’라는 말에서 따왔다. 좋은 정치를 하려면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규모는 5만1950㎡(1만5700평)에 달하는 장원이다. 구멍이 숭숭 나있는 기암괴석과 흐드러진 버드나무, 비 오는 날 서걱대며 노래하는 대나무숲, 넓은 연못과 연꽃, 수천 마리의 비단잉어, 시인과 예인들이 재능을 뽐냈을 누각과 고졸함을 자랑하는 정자가 이어진다. 700∼600년 전부터 귀족들끼리 즐기기 위한 장소였으니 그윽하고 은밀하다.
고요한 정원을 호젓하게 만끽하자면 아침 일찍 찾으면 된다고 한다. 보통 오전 7시부터 문을 열지만 특별히 오전 6시에 입장할 수 있다. 단 입장료를 더 내야 한다. 간단한 공연에다 도시락을 주고 388위안(약 6만8000원)을 받는다. 예약제로 한다고 하니 귀족의 취향을 누리고 싶으면 시도할 만하다. 연못에 가득 연꽃이 피는 7월부터 11월은 입장료가 20위안(평소 70위안) 더 비싸다고 한다(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본질은 이런 곳이다).
섬세함은 정원 곳곳에서 확인된다. 바닥은 기와와 작은 돌로 온갖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학의 긴 다리와 작은 발톱도 볼 수 있다. 발바닥으로 꼭꼭 밟으며 장수와 복을 빈다. 담의 창문과 창살은 모두가 다른 문양이어서 바깥에서 다양한 형태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분재 공원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나라의 왕 합려가 묻혀 있다는 호구(虎丘)공원에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600그루의 분재가 눈길을 이끈다. 돌과 나무가 어우러져 분재 하나하나가 모두 괜찮은 정원이다. 유원(留園)은 아담하다. 전통문양이나 작은 건축물에 꽂힌 채 그대로 머물러도 좋다.
호구산 분재 |
쿤산의 주장(周莊)은 600여년 전 당대 최고 호족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재현한다. 한국의 부잣집은 고래 등 같고 넓은 마당을 자랑하지만 이곳은 위세를 과시하기보다 내부지향적이다. 정원은 두세 평으로 넓지 않다. 집 사이의 좁은 공간에 꾸며져 있다. 살림집은 보통 2층인데 내실로 들어가면 바깥으로 나가기 쉽지 않다. 주인과 종의 공간은 구분돼 있다. 종들이 다니는 통로는 집의 모서리에 나 있으며 좁고 어둡다.
쑤저우시 좁은 골목 |
난징의 총통부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민주적이다. 20세기 중국의 개화와 삼민주의를 외친 곳인 만큼 쑨원과 국민당 주석 장제스의 집무실은 소박하다. 국무회의실에서 주석의 자리는 의자의 높이만 다른 이의 것보다 10㎝ 정도 높아 보였다. 3층 건물에 설치된 작고 좁은 엘리베이터도 그저 앙증맞다.
쿤산·쑤저우·난징=백영철 기자 iron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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