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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상인’에는 마약상과 무기상이 있다. “사람이야 죽든 말든….” 이런 생각을 하니 이처럼 고약한 장사도 없다. 역사 시기에 따라 큰손은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마약상이 큰손이었다.

청 제국은 아편에 중독된 나라다. 1800년대 중반 아편 중독자는 약 200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 인구는 4억2000만명. 100명 중 5명이 중독자였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이 몰락한 뒤 닥친 군벌시대, 중독자는 8000만명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아편 제국’은 왜 등장했을까. 돈 때문이다. 죽음의 장사를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차(茶) 수입으로 바닥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아편을 팔았다. 영국 상선에서 아편 2만상자를 빼앗아 불태운 호광총독 임칙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라 꼴이 이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역사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 전쟁배상금 2100만냥을 물어주고 이어 태평천국의 난까지 터졌으니 청의 재정은 바닥났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청조를 개혁하겠다던 양무운동 세력은 아편에 무거운 세금을 물렸다. “아편을 줄이겠다”며. 줄었을까. 되레 늘었다. 아편을 공인했으니. 이후 등장한 중국 군벌은 어땠을까. 군대를 유지할 돈이 필요했으니 아편 재배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서구인은 그런 중국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청 말기의 아편굴, 도박장, 매음굴…. 그들은 ‘못된 영국인’을 생각하고 있을까.

담배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5월 담배 반출량 2억6900만갑. 지난해 월 판매량 3억갑 안팎을 거의 따라잡았다.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 연초 하루 100명을 웃돌던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제 10∼20명만 온다고 한다. 보건소 담당자의 말, “예전과 똑같아졌어요!”

담배 판매량은 왜 줄지 않을까. ‘이해 방정식’ 또 따지게 된다. 세금을 걷어야 하는 정부. 담배를 팔아야 하는 담배회사. 담뱃세를 올렸으니 담배를 많이 팔면 세금도 늘어난다. 흉측한 경고그림을 넣지 않기로 한 것은 왜일까. 정부가 국민건강을 그렇게도 생각했다면 지금쯤 ‘담배와의 전쟁’을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 없는 정부’의 모습에서 참담한 아편 역사를 관통하는 ‘재정 논리’를 또 보게 된다. 담배 피우는 서민 가장은 무슨 생각을 할까. 뿜는 담배 연기에 장탄식이 섞여 있지 않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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