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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 위기 ‘걱정 말라’는 당국 자세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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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1 22:38:31 수정 : 2015-07-01 2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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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어제 새벽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했던 2조원 규모에 가까운 채무를 갚지 못한 것이다. 그리스는 서방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 채무를 갚지 않는 나라가 됐다.

채무를 갚지 못한 것은 나라 곳간이 텅 비어서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 협상단과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구제금융 연장은 거부됐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재정 긴축, 연금·노동시장 개혁을 요구하는 채권단에 등을 돌린 것이 자충수로 작용했다. 그리스 경제는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포퓰리즘 정치로 1980년대부터 골병이 들어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2012년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경제가 활로를 찾기는커녕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만 거듭하다 끝내 IMF 채무를 못 갚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포퓰리즘 정치의 그늘이 이토록 짙다.

전도는 불투명하다. 1차 분수령은 5일 국민투표가 될 것이다. 그리스 국민이 국제 협상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찬성하면 협상 재개 움직임이 탄력을 받게 마련이다. 반대표가 더 많으면 오리무중이다. 최악의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실현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차 분수령을 무사히 넘겨도 20일 2차 분수령이 기다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일이다. 그리스가 ECB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ECB의 긴급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 파국이 온다는 뜻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의 경각심과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어제 관계기관 합동회의가 열려 금융시장 상황과 대응책을 점검했다. 하지만 시장 과민반응을 제어하는 데 역점을 두는 인상이 짙으니 미덥지가 않다.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식의 진단이 그래서 나올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제 “구체적 액션 플랜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스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금융기관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0.8% 수준이란 통계도 제시됐다.

긴장의 끈을 조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가 동조화된 이 시대에는 국지적 위기는 국지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폭풍우로 번지는 ‘나비 효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것이다. 민간 경제 전문가나 학자라면 낙관론으로 일관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가경제와 민생을 책임진 정부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다 상정하고 물샐 틈 없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걱정 말라’는 상투어나 앞세울 계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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