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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테러리즘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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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30 22:44:38 수정 : 2015-06-30 22: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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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을 의인화한 신을 타나토스라 부른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삶의 본능인 에로스에 대비되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라 했다. 타나토스는 죽음 충동의 화신이다. 테러리즘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이나 살상 행위를 벌여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것을 말한다. 타나토스에 휩쓸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야만적이고 비도덕적 행위다. 인류에 대한 도발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빈발한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이른바 ‘건국 1주년’을 사흘 앞둔 6월26일은 튀니지, 쿠웨이트, 프랑스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벌어져 ‘검은 금요일’로 불린다. 튀니지 휴양지 총기난사 테러 희생자는 38명에 달한다. 이중 영국인이 30명이어서 영국은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로 여긴다. 쿠웨이트에선 시아파 이슬람사원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에선 참수 테러가 벌어져 충격을 줬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테러는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 테러리즘 전문가 폴 윌킨슨은 “테러리스트들은 타협을 위한 중간지대를 파괴하고 당파와 공동체를 분열시켜 민주주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영국 문학이론가 테리 이글턴은 저서 ‘성스러운 테러’에서 “많은 경우, 정치 테러는 기존 정치가 활력을 잃고 정형화될 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배제당한 존재들의 요구에 기존 정치세력이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 요구는 점점 더 병리적인 것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공공영역을 폭파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테러리즘은 “공허한 형식적 관리인이 된 정치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정치를 정상적인 것으로 복원하는 일을 테러 방지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평화와 민주주의, 관용, 자유라는 영국의 가치를 퍼뜨리는 방식으로만 테러리즘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테러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국제사회 현실을 지켜보면서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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