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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호국정신 충만한 군인, 뇌물에 눈먼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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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30 22:46:11 수정 : 2015-07-13 20: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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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영웅들은 조국에 목숨 바쳤는데
한심한 장성들은 혈세 빼먹기 바빠
제2의 숙군 각오로 방산비리 박멸해야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군의 군기 해이와 부패 수준은 기네스북 등재감이었다. 간부들의 뇌물 수수와 물자 빼돌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4성 장군 김진선의 베트남전 수기 ‘산 자의 전쟁, 죽은 자의 전쟁’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창고에서 쌀 50만톤이 도난당하고, 2사단장은 아예 도둑장군으로 불렸다. 군용물자의 손실이 엄청났다. 해군의 초계정, 상륙용 함정 143척이 행방불명되었다. 어떤 장군은 8000대의 무전기와 2만4000정의 소형무기를 베트콩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김환기 국제부장
호국정신 대신 뇌물을 좇는 군대가 바로 남베트남군이었다. 미군이 넘기고 간 최신 무기로 무장한 110만의 병력과, 세계 4위의 공군력을 보유하고도 전투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자도 보급받지 못한 북베트남군에 무릎을 꿇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북베트남군의 승전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김 장군의 수기에서 또 다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북베트남군은 조국에서 외세를 몰아내겠다는 사명감이 뼛속까지 스며든 군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초월하는 용기와 저항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투사에 가까운 존재였다.”

강한 호국정신이 그들의 최대 무기였던 셈이다. 비록 적군이었지만 그들의 살아있는 군기에 감탄했다고 김 장군은 토로했다. 우리 군을 돌아보게 된다. 육·해·공군을 망라한 고질적인 방위산업비리(방산비리)에 국민의 불신은 인내의 한계치에 도달한 느낌이다. 해군과 공군 서열 1위인 참모총장을 비롯한 수많은 별들이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1970년대 음파탐지기를 탑재한 수상 구조함, 위성통신 안테나도 없는 214급 잠수함…. 국민 혈세 빼먹기에 혈안이 된 일부 군 간부의 탐욕에 군의 무기는 고물로 변하고 있다. 과연 우리 군의 신개발 무기 중에 멀쩡한 게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방산비리범들에게 훈장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방산비리는 간첩행위 못지않은 이적행위다. 동료 군인들이 불량 무기·장비를 갖고 전투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저지른 범죄이기에 미필적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이들의 반군인적 행태는 육군 대장 한신(1922∼1996) 장군의 삶과 대비된다. 군 간부들의 만연한 부패로 병사들이 항상 배고프고 헐벗었던 1950년대 한 장군의 청렴과 호국정신은 전군의 귀감이 되었다.

부대의 기름이나 쌀 등을 장군의 집에 보냈다가 혼쭐이 난 부관, 부사관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병사들의 입에서 ‘한신 장군의 부대에 가면 최소한 밥은 굶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던 배경이다. 한 장군은 6·25전쟁 때 가장 많은 전투를 치른 명장이기도 하다.

호국정신이 투철했던 ‘참군인’은 또 있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때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에 맞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고속정 ‘참수리 357호’ 승조원들이 그들이다. 정장인 윤영하 소령 등 6명은 조국을 지키려 목숨을 바친 영웅들이다.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6일 만에 관객 수 165만명을 돌파한 것은 호국정신을 망각한 군인이 많은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겠다.

방산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장교들은 구국 간성의 요람인 사관학교 출신들이 많다. 이들도 가슴에 호국정신을 되새기던 사관생도 시절이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이젠 호국정신 대신 뇌물을 좇는 군인이 되어 버렸다. 한신 장군과 연평해전 순국 용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우리 군의 병세는 위중하다. 방산비리 바이러스를 잡지 못하면 건강을 회복할 길이 없다. 1948년부터 2년간 좌익성향 군인을 솎아낸 숙군은 6·25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뇌물을 좇는 군인을 제2의 숙군을 한다는 각오로 퇴출해야 한다. 호국정신이 충만한 조직으로 군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김환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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