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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당한 '빅5'… 감염병에 속수무책

입력 : 2015-06-30 19:48:18 수정 : 2015-07-01 0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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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다시 짜자] 메르스에 뚫린 삼성서울병원…백악관 지정 이송병원에 음압병상 ‘0’
서울삼성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환자의 복지보다 병원의 수익을 앞세워온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을 찾은 14번째 메르스 환자가 3일 동안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응급실 안팎을 돌아다니게 하는 바람에 한국에 메르스가 상륙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내고도 메르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14번째 환자는 8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메르스를 퍼뜨렸다. 지금까지 메르스에 걸린 환자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됐다.

◆음압병상조차 없는 미국 백악관 지정 이송병원

삼성서울병원은 동북아에서 유일한 미국 백악관 지정 이송병원이다. 백악관 지정 이송병원은 미국 대통령이나 고위 관계자가 해당 지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이다. 1996년 미국 정부가 국내 6개 병원과 일본 7곳, 대만 5곳 등 환태평양 지역 20여개 후보지를 두고 비밀리에 실사를 거쳐 의료진 수준, 시설, 진료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시 개원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병원이었지만 다른 유수의 병원을 제쳤다. 이런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자 한때 미국이 이송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8군 고위 관계자는 30일 “한국의 메르스 사태로 미국은 삼성서울병원의 대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병원의 후속 조치 발표를 보고 계속 신뢰할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통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 900병상인데 삼성서울병원은 그 두 배가 넘는 1950병상 규모다. 연간 외래환자만 200만명, 입원환자 67만명으로 존스홉킨스병원이 수술 입원환자 2만여명, 외래환자 43만여명, 응급실 환자 8만여명을 진료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내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 메르스 퇴치에 온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이번에 드러났듯 삼성서울병원의 감염병 관리 등 시스템은 후진적이었다. 공공의료를 위한 책임보다는 병원의 수익성에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째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고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정식 음압격리병실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음압병상은 시설 구축 비용만 5000만∼1억원이 든다. 유지·관리 비용도 계속 든다. 병원 규모에 따른 음압병실 수 의무규정이 없다 보니 민간병원은 음압시설 설치를 꺼린다. 게다가 수가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일반 1인실 하루 입원료가 40만원선인데 음압병실은 오히려 이보다 10만원이 낮다.

음압격리실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에 따라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충분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한산해진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 진정세가 뚜렷한 가운데 3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정문 앞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남제현 기자
◆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빅5 병원’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에 대해 묻자 “로컬(지방)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반응검사(AST)를 하나의 주사기에 바늘만 바꿔서 한다고 하더라”며 “종합병원은 최대한 맞추려고 하는 편인데 지방이나 중소 병원으로 갈수록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조차 없고 감염관리실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이러한 병원 내 감염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지방 중소병원부터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녔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위 병동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커튼을 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나타난 감염관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를 평가해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감염내과 전문의가 협력해 진료하는 경우 수가를 지급하는 ‘감염 통합진료 수가’ 신설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수가가 신설되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급여비가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제재’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전체 환자가 30∼40%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설 미비 지적이 나오다 보니 경영난이 우려되는 개원의와 중소병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감염 통합진료 수가에 대해서도 의료보험 수가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따로 감염관리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김희원·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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