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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얽힌 역사, 옛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담아내
로드 필립스 지음/윤철희 옮김/연암서가/2만3000원
알코올의 역사/로드 필립스 지음/윤철희 옮김/연암서가/2만3000원


캐나다 오타와의 칼턴대학교 역사학 교수 로드 필립스(Rod Phillips)가 쓴 ‘알코올의 역사’는 술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책이다. 2002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와인의 역사’에 이은 저서다.

술이 탄생한 시기는 기원전 7000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적당히 익은 야생과일의 달콤한 시점이 지나면 자연발효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이때 알코올 농도는 3∼4% 수준. 오늘날의 맥주 도수(strength)와 유사하다. 이 정도의 자연발생적인 알코올 농도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는 것. 저자는 술에 얽힌 스토리를 옛이야기처럼 재미있게 풀어낸다.

술은 이슬과 같다고 했다. 예부터 인간이 이슬을 마시면 신선이 된다고도 했다. 신선한 아침 이슬이 섞인 적당한 알코올은 사람에게 양기를 북돋우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관통해온 주된 이슈는 적당량의 기준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었다. 적당량은 건강과 기쁨을 안겨준다고 했다. 그런데 적당함과 과도함 사이의 경계선은 오늘날에도 논쟁의 대상이다. 음주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선을 적당량의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술이 대체로 유익한 강장제라는 인식은 1903년 스위스 의사의 연구에 의해 공론화됐다. 당시 술 소비에 대한 서베이에서 알파인클럽 회원 1200명 중 78%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72%가 등반할 때 술을 가져간다고 했다. 격심한 폐활동이 필요한 등반가들에게도 술은 강장식품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인류가 즐기는 주류 가운데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화이트와인은 원기를 북돋아주고, 레드와인은 지치기 시작할 때 원기를 되돌려주는 회복제이며, 브랜디는 용기를 주고, 뜨거운 레드와인은 거의 모든 경미한 질병을 고쳐준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술과 종교의 관계이다. 현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음주는 ‘금기’로 여긴다. 그러면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종교의식에 술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종교의식의 집전자들은 와인 등을 마신 이후 편안한 느낌과 몽롱함, 혼미함으로 미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술은 집전자의 정신을 감각적인 차원으로 고양시켰고, 영적인 차원으로 유도하는 물질로 받아들여졌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술과 종교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뿌리가 같은 기독교와 이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술과 인연을 맺고 있다.
포도농장 지하 숙성실에 빼곡히 쌓여 있는 와인병들.

기독교에서 와인은 상징과 의례의 중심적인 자리로 올라섰다. 반면 이슬람은 술을 철저히 거부했다. 알코올성 음료를 마시는 걸 범죄로 여기는 최초의 종교가 이슬람이었다.

유대인들 사이에서 와인은 지극히 평범한 존재이자 치료효과를 지닌 물질이다. 기독교 성서에서 와인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고 나와 있다. 4세기경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는 “그리스도께서 ‘나는 참된 포도나무이니라’고 말했으므로 그리스도의 피는 물이 아니라 와인이다. 와인이 없다면 그 잔은 우리를 구원하고 활기차게 해주는 그분의 피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없다. 와인이야말로 그리스도의 피다”라고 했다.

예부터 술을 미약이라고도 불렀다. 술을 마신 여성을 사형에 처하는 시대도 있었다. 저자는 술과 인간생활은 뗄 수 없으나 절제가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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