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한 데다 볼거리·즐길 거리가 많아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로 꼽힌다.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의 녹음이 우거진 지곡촌 나무다리를 연인이 건너고 있다. |
한국민속촌에 있는 조선시대 방앗간·초가 |
메르스 확진자가 계속 늘고 한낮 뙤약볕이 뜨거운 지난 18일 자동차로 찾은 곳이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이다. 기자도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닐 때 와본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곳은 ‘필수 코스’다. 하지만, 자녀가 훌쩍 커 버린 이후에는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1974년 개장한 민속촌에는 옛날 관가·민가 등 지방별로 구조를 달리하는 조선시대 촌락들이 들어서 있다.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하고 각종 생활기구, 농경기구, 각종 공예품 등을 전시하며 민속놀이와 민속공예를 실연하는 곳이다. 이날 민속촌 입구에서부터 메르스의 영향이 작지 않음을 실감했다.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평일이기는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무리와 중년여성 관람객 수십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용인 지곡촌 |
메르스 영향으로 찾은 사람은 적었지만 민속촌은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과 놀이 장소로 제 구실을 하고 있었다. 지곡천의 녹음과 시원한 바람은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원두막 형태의 그늘집에서는 관람객이 삼삼오오 모여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옛 모습 그대로의 방앗간, 대장간, 초가 등 촌락은 시곗바늘이 500년을 거꾸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관람객은 기념촬영을 하기에 바빴다.
곤장놀이엔 하하호호~ |
마상무예를 관람하던 김명숙(57·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메르스 때문에 망설이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왔는데 붐비지 않아 여유롭고 좋다”고 말했다. 한국민속촌 김원영 학예연구사는 “메르스 영향으로 지방에서 온 관람객과 학생 관람객이 많이 줄었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고 옛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니 많이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민속촌을 나오면 인근 상길동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다. 2008년 10월 문을 연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생전에 그의 이름을 따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했다. 아트센터 외관은 백남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그랜드피아노 형태를 띠고 있다. 독일 건축가인 크리스텐 쉐멜과 마리나 스탄코빅이 공동 설계한 것으로 외관도 ‘작품’이다. 백남준의 예술혼과 예술적 궤적이 살아있는 비디오 설치와 드로잉을 비롯해 관련 작가들의 작품 248점과 비디오 아카이브 자료 2385점이 소장돼 있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있는 'TV부처' |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관람객들이 전시장 어두컴컴한 실내를 돌며 백남준의 대표작 ‘TV정원’ ‘코끼리 마차’ ‘달의 변주곡’ 등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여름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 피서’ 공간이자 데이트 코스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남준의 어록을 뒤져보니 그는 1962년 한 행사장에서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할 뿐만 아니라 두들겨 부술 수도 있다”고 했다.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자리에서다.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곳을 남들의 찾지 않을 때 가는 ‘역발상’도 권할 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에 다녀올 만 곳이 바로 이곳들이다. 물론 메르스로부터 안전이 담보돼야겠지만….
용인=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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