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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세계평화 선도하는 통일철학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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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22 21:19:52 수정 : 2015-06-22 21: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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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국민 생각하는 주인정신 절실
주변국과 이익 공유할 비전 제시를
한국의 남북 분단은 흔히 얄타회담 이후 미소냉전체제의 산물로 인식되어 왔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그것을 객관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주체적 역사를 망각한 방관자적 시각일 뿐이다. 방관적 시각은 흔히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질서에 의해 강요된다.

한국의 알량한 지식인들은 그동안 방관자적인 시각을 은폐해 왔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한 나라의 분단이 천연덕스럽게 객관적인 사실로 고정된다는 말인가. 객관적인 시각을 고수한다면 분단 한국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주인정신이 있을 때 남북통일이 가능하다. 한 나라의 독립과 존속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나라를 세우고 유지하고자 하는 집단의지의 산물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국민이 나라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그 나라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국가의 생멸은 항용 있어온 역사적 현상학일 뿐이다.

남북 분단은 독립운동 때부터 분열되어 있었기에 분단된 것이라고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일처럼 전범국도 아닌 한국이 왜 분단되었을까. 아시아전선에서 뒤늦게 참전한 소련이 전승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북조선에 들어오자 미국은 38선에서 막았다. 당시 남북한 독립운동세력과 지도자들은 분단을 자초하였으며, 유엔 감시하에 남북한자유총선거의 기회도 북한의 거부로 수포로 돌아갔다. 분단의 책임을 한국인이 스스로의 탓으로 통감하지 않는다면 남북통일도 주체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일되어도 분열의 난맥상에 빠질 것이다. 미소에 의한 분단이라면 왜 양극체제가 붕괴된 지금 남북은 더욱 치열한 대치와 적대로 일관하고 있는가.

분열은 오늘의 문제로 남아 있다. 현재의 남남갈등은 남북 분단보다 더 위험한 것이고 악성일 수 있다. 요즘 국회와 정치권의 분열상을 보면 나라의 주인이 없다.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노예들이거나, 노예도덕으로 원한과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거나, 당파적 권력을 도모하면서 겉으로 평등이나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등이나 평화는 노예가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만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나라 전체와 국민을 생각하는 주인정신이 필요하다. 통일에 대해 매우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서 통일을 갈망하고 있다고 스스로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국민 전체가 반성해 볼 일이다.

한민족의 분열은 조선 후기에 당쟁과 외세의 침입에 의해 가속화되었으며, 일제 식민통치 기간에 자기비하와 이간질에 의해 극성을 피우다가 드디어 식민체질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한국문화 전반은 일제 식민사학을 비롯해서 일제에 의해 추진된 근대화의 영향으로 왜곡된 채 일제 잔재에 물들어 있다. 이는 한 번의 식민통치가 결코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며, 최악의 경우 문화적 유전과 체질화로 전통의 망각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지식인들은 일본의 것을 전통적인 것으로 오해하거나 그것을 권력화의 도구로 사용한다. 현재 한국의 문화권력은 친일 식민세력과 해방 후 대체된 미국사대세력에 의해 점령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문화의 지배세력들은 현재 사대를 선진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선진화하는 사대를 필수로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외래 선진문화를 주체화하려는 노력은 문화엘리트들의 자기희생과 수고로움에 빚지지 않으면 결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선진문화를 배우고 완전히 소화한 뒤 마치 갓난아이를 낳은 것처럼 자기문화를 재창조해 내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선진문화의 단순한 향수자로 만족하거나 보세가공이나 조립품생산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결코 문화적 식민지를 벗어날 수 없다. 예컨대 한국의 인문학은 아직도 시대정신을 스스로의 질문과 개념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한 나라의 통일은 결코 주변 강대국의 협상이나 회담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 강대국들이 할 일이 없어서(한국이 특별히 예뻐서), 한국의 통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겠는가.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듯이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력할 때 자국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변국도 통일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웃나라의 통일과 발전은 주변국의 입장에서 볼 때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수도 있는, 그래서 즐겨하는 일은 아니다. 국제간의 세력균형을 보면 지배국은 다른 나라를 ‘분할통치(divide and rule)’하는 전략을 세워 왔다. 이 말은 여간한 노력이 아니면 분단은 고착되기가 쉬우며 분단된 나라가 통일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뜻이 된다. 더욱이 한국(남한)의 경우 무역규모로는 세계 7위(1조988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1조4495억달러), 1인당 GDP는 세계 29위(2만8739달러·이상 2014년 IMF 기준)이며, 이에 앞서 20-50클럽(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2012년)에도 가입하였다. 앞으로 통일 여부에 따라 40-80클럽(국민소득 4만달러, 인구 8000만명) 가입도 예상되기 때문에 이웃나라에 부담 혹은 위협도 될 수 있다.

이에 한국의 통일이 관련국에도 이익이 되고 세계평화질서 구축에도 큰 진전과 보탬이 된다는 점을 확실히 주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미래비전과 연결되는 통일철학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통일철학은 주체적이면서도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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