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으로 한국에서 시작해 2년 간격으로 3국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기로 기약한 이 포럼은 2010년 일본 기타큐슈 포럼 이후 중·일 관계 악화로 열리지 못하다 5년 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톄닝에 이어 최원식(문학평론가) 한국 조직위원장은 “주인과 손님은 기실 둘이 아니라 하나”라면서 “열린 도시의 시민들로 우애가 넘치는 동아시아가 문득 열린다면 이야말로 예상치 않은 손님, 그래서 더욱 기쁜 손님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3회 중·한·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가한 3국 문인들이 칭다오 도교 사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한국에서는 이승우 김중혁 곽효환 정끝별 강영숙 안도현 김애란 최인석 김인숙 김진경 박재우 윤상인, 중국에서는 모옌 성커이, 일본에서는 히라노 게이치로, 다니자키 유이, 에쿠니 가오리 등 3국 작가 33명이 참가했다. 앞줄 왼쪽 7번째부터 최원식 한국 조직위원장, 톄닝 중국작가협회 주석, 시마다 마사히코 일본 조직위원장. |
이들의 기조연설 이후 3국 작가들은 포럼 주제를 놓고 이틀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은 “영감이 떠오르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입을 단속하고 보폭을 크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작가 이승우는 “창작의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어딘가로 여행을 가거나 누군가를 만난다고 그것들이 베풀 듯 영감을 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그는 “무엇이든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경이로움을 가지고 보는 것, 그런 태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포럼은 베이징에서 13∼14일 이어졌다. 이후 3국 문인은 칭다오로 이동해 ‘문학의 밤’을 열고 밤늦게까지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동아시아 3국 문인들이 서로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시마다 마사히코는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은 자신들의 임기 말까지만 보고 행동하지만 문인들은 더 길고 깊게 만나는 존재”라고 말했다. 동아시아문학포럼이 정체된 3국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야 할 의미와 명분으로 충분한 발언이다.
톄닝 중국작가협회 주석은 포럼 마지막날 저녁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국 순환 개최로 1차 마무리된 동아시아문학포럼의 미래에 대해 “다시 출발하겠다”고 짧고 선명하게 답했다. 한국에 ‘목욕하는 여인들’ ‘비가 오지 않는 도시’ 등 장편소설이 번역 소개된 톄닝은 뤼신문학상을 비롯한 7개 문학상을 휩쓴 작가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 주석에 파격적으로 2006년 임명됐다. 작가의 깊이와 온화한 카리스마로 중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그는 “지금은 바빠서 장편소설은 못 쓰지만 단편은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통해서 급변하는 중국 당대 현실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 인간성의 가장 깊은 곳을 포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식 한국 조직위원장은 마지막 날 칭다오를 떠나는 공항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마지막 회의에서 합의한 가장 중요한 내용은 2018년 한국에서 다시 포럼이 이어진다는 것”이라면서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패턴과는 다르게 더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칭다오=글·사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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