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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상사 시름까지 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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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8 18:12:48 수정 : 2015-06-18 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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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무릉계곡…현실 속 피안의 세계를 찾아서
무릉계곡의 막바지에서 두 개의 폭포가 하나의 용소로 쏟아지는 쌍폭포를 만날 수 있다. 깊은 산속에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폭포가 ‘무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신비감을 준다.
민담이나 전설 속에는 사람들의 소망이 투영된다. 오래전부터 익히 들었던 ‘무릉도원’ 이야기도 그렇다. ‘깊은 산속 아름다운 계곡에서 신선들의 놀이를 훔쳐보다 왔더니 도낏자루가 썩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 있었다’는 이 민담 속에는 두 가지를 잊고 싶은 우리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바로 ‘바깥세상’과 ‘시간’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상과 어지럽고 지저분한 세상사에서의 탈출은 비단 현대인들만의 꿈은 아니었나 보다. 그 소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릉계곡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등장하는 용추폭포. 독특한 용소 모양으로 눈길을 끈다.


현실 속 무릉도원을 찾아 강원도 동해시의 무릉계곡을 찾았다. 깊은 산속의 계곡과 기암괴석, 폭포가 워낙 아름다워 이름도 아예 ‘무릉계곡’이 된 곳이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 속 나무꾼처럼 시간과 세상을 잊을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에 나선다. 동해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산세가 남다른 두 개의 산이 나타난다. 동해의 명산인 두타산과 청옥산이다. 두 산이 마주하는 4㎞ 정도의 골짜기가 바로 무릉계곡이다. 
무릉계곡 초입에서 여행객을 반기는 무릉바위. 하얗고 광활한 바위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계곡 옆으로 펼쳐진 하얗고 거대한 암반이다. 무릉바위로 불리는 이 드넓은 공간에는 사람 1000여명이 앉을 수 있다고 한다. 계곡을 더 올라가지 않고 바위에 앉아 그대로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만날 또 다른 절경을 기대하며 일단 발길을 옮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계곡 옆 산길이 이어진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귀가 시원하고, 나무가 적당히 우거져 몸이 시원한 길이다. 그러다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발을 멈추게 된다. 경탄이 절로 나오는 기암괴석들 때문이다. 
무릉계곡 학소대.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바위다.
무릉계곡 병풍바위. 병풍 모양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바위절벽이다.

병풍바위, 장군바위, 학소래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절벽들에 마음을 빼앗기며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깊은 산중에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된다. 사방이 푸른 녹색뿐인 까마득한 산속이다. 그 속에서 멀리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릉계곡의 마지막이자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두 개의 폭포가 멀지 않았다.
무릉계곡 선녀탕. 용추폭포와 쌍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독특한 모양의 바위틈을 지난다. 여기가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이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는 선녀탕을 지나 몇 발자국을 더 옮기면 마침내 쌍폭포다. 이름 그대로 두 개의 폭포가 하나의 용소(龍沼)로 떨어진다. 깊은 산속에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이도 제법 되는 폭포다. 

두 개의 폭포 중 오른쪽 것은 직각으로 시원하게 물을 내뿜는다. 보고만 있어도 초여름의 더위가 달아나는 장관이다. 왼쪽 쌍둥이는 수줍다. 계단을 타고 조용히 물을 떨어뜨린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폭포가 앙상블을 이루면서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감상하기 좋도록 만들어진 나무데크에 앉아 떨어지는 물줄기를 한참 바라본다. 일상의 지루함과 바깥세상의 남루함이 스르르 사라져간다. ‘아, 이래서 이곳을 무릉이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쌍폭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용추폭포다. 규모는 쌍폭포보다 작지만 독특한 용소가 눈길을 끈다. 깊은 산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상중하 3단으로 이루어진 바위용소에 떨어진다. 그 뒤를 발바닥바위라 부르는 거대한 절벽이 감싼다. 아늑하고 신비한 공간이다. 무릉의 이름에 걸맞은,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은 풍광이다. 
무릉계곡 전경. 평탄한 산길과 계곡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트레킹로다.

무릉바위에서 이 두 개의 폭포까지를 무릉계곡이라고 부른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두타산과 청옥산 산행이다. 

제대로 된 등산 준비 없이 계곡만을 즐기러 온 여행객이라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다. 아쉽게도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뭄으로 두 개 폭포의 수량이 크게 줄었다. 

더 많은 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렸다면 한층 아름다웠을 것이다. 가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풍파들이 사라졌을 때쯤 무릉계곡과 두타산, 청옥산을 다시 찾아보리라 다짐을 하며 발길을 돌린다.

동해=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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