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현장행은 메르스 확산으로 증폭되는 국민 불안감을 국정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방역조치를 비판하고 각 지자체가 확진 및 의심환자 이송을 거부하는 등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갈등과 혼란을 서둘러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칫 성난 민심의 불길이 정부로 쏠릴 경우 국정운영이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지자체나 관련 기관의 독자행동이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특이사항이나 제보가 있다면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통보해 창구를 일원화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1500여명과 접촉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시의 직접 대응 방침을 밝힌 박 시장의 회견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안감을 키우는 만큼 적절치 못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시장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여론전에 나섰다는 게 박 대통령 인식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청와대로 국가유공자와 가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손뼉을 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누구나 말로는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도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가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 기조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확산 방지, 완전종식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정부의 최대 역점은 감염 차단을 확산하는 것이고 또 이미 감염된 분들을 어떻게든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 양상과는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스는 중국, 동남아에 이미 퍼져 있던 질병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고 메르스는 내국인에 의해 질병이 유입된 뒤 의료기관 내 접촉을 통해 감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다르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의료진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적극적 조치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자가격리된 분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을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 불안감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매르스가 불치병은 아니다”며 “홍보가 안 돼서 국민이 불안한 것이다. 음압병상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 일정도 연기하고 사태 해결책 마련에 골몰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메르스 대응이 현재 정책 우선순위 중 가장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핵심 관계자가 나서 박 시장 회견에 대해 “국민 불안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해 대응 기조 선회를 예고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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