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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판 음모와 배신… ‘미드’의 원작

입력 : 2015-06-06 01:56:00 수정 : 2015-06-06 0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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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돕스 지음/김시현 옮김/푸른숲/1만4800원
하우스 오브 카드/마이클 돕스 지음/김시현 옮김/푸른숲/1만4800원

저자 소개를 이렇게 한다면 어떨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핵심 참모 출신으로 일간 가디언이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의사당)의 아기 얼굴을 한 청부살인업자”라고 칭했던 능란한 정치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럼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자라고 소개한다면? 아마 많은 이들의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정치 스릴러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마이클 돕스가 1989∼1994년 집필한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후 1990년 영국 BBC방송을 통해, 2013년∼올해 미국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동명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등 유력 정치인들이 광팬임을 자처할 정도다. 저자는 25년 전 정계에서 밀려난 뒤 “개인적 치유법”의 일환으로 쓴 이 책 덕에 “찬란하고 기념비적인 혼란이 벌어졌으며,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털어놓는다.

미드를 먼저 접한 독자에게 원작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가 아닌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와 웨스트민스터를 무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캐릭터 상당수가 미국 정치환경에 맞춰 각색됐음도 알게 된다.

하지만 ‘권력 획득을 위한 투쟁’이라는 정치의 속성은 대통령제의 미국이나 내각제의 영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서먹함은 금세 사라진다. 여당 상원 원내총무가 최고권력자에게 배신당한 뒤 직접 권력을 잡기 위해 각종 음모를 꾸미고, 그 과정에서 의욕 넘치는 신참 여기자를 이용한다는 이야기의 기본 얼개도 친숙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치는 희생을 필요로 하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지”, “고통을 가할 거라면 감히 저항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을 가해야 해. 그래야 네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되지” 같은 비정한 권력의 독백이 시큼한 피비린내와 함께 다가온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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