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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다시 만나는 ‘앨리스’

입력 : 2015-06-06 01:56:37 수정 : 2015-06-06 01: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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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앨리스’ 출간 150주년 맞아
‘이상한…’ ‘거울나라…’ 합본판 선보여
저자 캐럴 “교훈보다 재미 위해 썼다”
어린이 상상력과 모험심 자극
이면엔 권위적인 영국 사회 풍자
루이스 캐럴 지음/존 테니얼 그림/정회성 옮김/사파리/3만8000원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존 테니얼 그림/정회성 옮김/사파리/3만8000원

1862년 7월 어느 날 영국 템스강에서 세 꼬마 숙녀가 뱃놀이를 즐기며 한 신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앨리스라는 소녀가 우연히 토끼 굴로 떨어지면서 뒤죽박죽인 이상한 나라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간다. 앨리스는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눈물로 가득 찬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와 망치로 변하는 홍학, 괴팍한 하트 여왕, 이상한 과자를 만드는 모자 장수를 만나 기쁨과 슬픔을 맛보고 터무니없는 오해도 받는다.

신사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세 소녀 가운데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앨리스가 이야기를 글로 써 보내달라고 조른다. 신사는 다음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신사는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이다. 앨리스는 캐럴이 수학을 가르치던 대학교 학장의 딸이다. 캐럴은 2년5개월 동안 동화 ‘앨리스의 땅속 모험’을 썼다. 이후 수정과 삽화 작업을 거쳐 1865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제목으로 영국 맥밀런 출판사가 출간했다. 빅히트를 쳤다. 캐럴은 7년 후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냈다.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저자의 솜씨는 속편에서 더욱 빛났다. 전작 이상의 역동적인 모험과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이 이어졌다.

맥밀런 출판사는 올해 ‘앨리스’ 출간 150주년을 맞아 최근 두 동화를 묶은 합본판을 선보였다. 도서출판 사파리는 이를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로 최근 국내에서 출간했다.

2010년 제작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장면. 원작 동화의 저자 루이스 캐럴은 어린이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너무나 유명한 동화다. 아마도 성인들이 어린 시절 읽은 고전 동화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일 것이다. 출판사는 원본을 가장 충실하게 번역한 무삭제판이라고 밝혔다. 현대 판타지 문학과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앨리스’는 동화가 쓰인 배경을 자세히 전해준다. 1865년대 영국 어린이 동화는 교훈을 주기 위한 내용 일색이었다. 당연히 따분했다. 저자는 그러나 책 후기에서 오직 즐거움만을 주는 이야기로 만들고자 동화를 썼다고 밝혔다. 그런 까닭에 ‘앨리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가르침은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이 하얀 토끼를 쫓다가 굴속으로 떨어지고,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몸이 커졌다 작아지고, 눈물에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동물들과 함께 냅다 달리는 등 첫 장부터 아이들 꿈속에나 나올 법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란다. 2010년 디즈니사가 만든 영화에도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시공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4차원적 플롯들은 언뜻 허무맹랑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동화가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됐다고 당시 언론은 극찬했다. 당시 아동 문학에서는 볼 수 없는 역설과 난센스, 언어유희, 수학적 상상력이 정교하게 맞물린 작품이었다.

동화 ‘앨리스’가 단지 어린이용 동화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이야기를 면밀히 뜯어보면 감춰진 풍자가 가득하다. 권위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당시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꼰 대목들이 그것이다. 15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곱씹는 묘미를 주는 동화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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