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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협, 정체성 회복해야"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

입력 : 2015-06-03 17:50:13 수정 : 2015-06-03 2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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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에 열위…'금융'만으로는 한계
사회투자기금 운용·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시도
"신협 활동 뒷받침 위해 제도 개선돼야"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사진)는 신협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신협다운`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차 있다. 사회투자기금 운용·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시도를 성공시켜 여타 신협 조합은 물론,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과 공유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어깨띠 두르고 거리에 나가 신협과 거래해달라고 한들 은행과 경쟁이 되겠습니까. 신협답게 지역공동체간 유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사진)는 신협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신협다운'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차 있다. '신협'이라고 하면 금융기관을 떠올리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그는 철저히 '조합원(구성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과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신협법 제1조에 입각해 활동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단어도 기업의 평판관리를 위한 개념이라며 쓰지 않는다. 대신 '신협만의 사회적 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Credit Union's Social Responsibility'란 개념을 사용한다. 홍보만을 위한 일회성 봉사활동에는 관심도 없다. 지역 및 각 협동조합간 연대를 통해 신협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3일 서울 방학동에 위치한 북서울신협에서 만난 전 전무는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사업계획을 소개했다. 다른 신협에서 아직 뛰어들지 못한 프로젝트나 해외 우수사례를 도입하려는 사례를 들려줬다. 성공사례를 만들어 여타 신협 조합은 물론,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과 공유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전 전무가 소개한 다양한 사업은 배려, 창의, 공유, 연대 등의 단어로 요악된다.

우선 그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공간마련과 운영자금을 지원하고자 서울시와 함께 2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3%대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체율은 0%. 여신관리 비결을 묻자, "사회적경제 조직 임직원들이 스스로 사회적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연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대출신청이 부결될 경우 직접 대출신청자를 만나 거절사유를 전달하는 점도 대출 신청에 탈락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북서울신협은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와 함께 크라우드펀딩 모델도 개발, 실행한다. 일례로 '짜장데이(Day)'는 펀딩 금액만큼 북서울신협의 자금을 1:1로 매칭해 매달 지역아동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실시하는 행사인데, 북서울신협은 짜장데이 참여자들이 정기적금을 가입(총 2000만원 한도)하면 후원금액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신협이 추가 금리를 얹어준다는 점에서 금융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돕는 사회적 가치창출 역할도 수행하는 셈이다. 전 전무는 "이 같은 '리워드(Reward)형' 펀딩은 금전적 혜택과 '사회적 기여'라는 무형의 수익을 동시에 제공한다"며 "단순한 자금펀딩을 뛰어넘어 사회적 관심을 유발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게 목표"라 말했다.

북서울신협이 8월 출시한 예정인 '사랑나눔 정기기부예금'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종의 마이크로크레딧사업으로 병원비가 없거나 부모를 잃은 청소년, 또는 소액의 범칙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을 돕자는 게 기본 콘셉트다.

상품구조는 간단하지만 의미는 깊다. 해당 예금상품에 대해 북서울신협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예금의 0.1%는 기부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마련된 대출재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출에 쓰인다.

예를 들어 A씨가 100명으로부터 1만원씩 모인 금액 100만원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100명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심리적 위로와 자립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예금자는 공동체 구성원을 돕는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전 전무의 설명이다. 예금자를 심사에 참여시켜 예금자와 수혜자간 관계망을 형성도 돕는다. 대출에 따른 이자는 없다.

아울러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과 손잡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상 영어교실도 운영 중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른 영어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또 북서울신협 점포 한 켠엔 사회적경제 조직의 상품을 파는 공간을 마련해 이들 상품의 유통과 판매를 지원하기도 한다. 전 전무는 "북서울신협 판매채널을 통해 작년 한 해 약 200~300만원(600건) 판매고를 올렸다"며 "사회적경제 조직은 신협을 판매처로 활용할 수 있고, 신협 또한 법인통장을 유치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라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캐나다 퀘벡 데자르댕신협의 사회적가치평가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국내 현실에 맞는 의미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2~3년 가량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전 전무는 이 같은 신협 활동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신협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서울신협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생산물을 판매하는 역할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북서울신협.

그는 "금융당국에서는 신협 활동을 철저하게 금융영역으로만 본다. 금융업이 대표적 규제산업이라지만 신협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면서도 공동유대를 넓혀달라는 요구에는 상호금융의 잣대를 들이대며 부정적으로만 여긴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협동조합기본법상 금융 기능이 막힌 상태에서 신협이 각 협동조합의 금융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사회적경제 영역이 보다 커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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