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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가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각’ 여전

입력 : 2015-05-31 19:42:27 수정 : 2017-03-23 14: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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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사랑의 집 ‘가짜부모’ 목사 장애인 21명 보조금 수십년 챙겨
48년 만에 악행고리 끊었지만 피해자 지원체계 없어 막막
지자체 “인가시설 관리도 벅차” 시민 제보에 의존… 사실상 손놔
원주 사랑의 집 장모(70) 목사는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천사 목사’로 통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장씨는 장애인 21명을 자신의 친자녀로 등록해 수급비를 받아챙겼다. 급여를 주지 않고 밤낮으로 일을 시킨 것은 물론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도 일삼았다. 이 시설에서 다수의 장애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사망한 2명은 장씨가 장례조차 치러 주지 않아 10년 넘게 병원 냉동고에 방치돼 있었다.

다행히도 인권단체의 개입으로 학대당하던 장애인 4명이 2012년 구출됐고, 장씨는 2013년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법원의 선고에도 장씨가 허위로 등록한 친자관계는 수년간 더 이어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13년 생존 피해자 3명을 대리해 친생자관계부존재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고, 장씨는 패소했지만 항소에 상고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된 덕분에 장애인들은 신분의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이어지는 장애인 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인력이나 후속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인 인권단체와 경찰 등에 따르면 실제 5월에만 ‘경기판 염전노예’, ‘신망애의 집 사건’ 등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지난 14일 경기 김포의 한 개 사육장에서 지적장애인이 임금을 못 받고 1년여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실을 발견하고, 업주를 인천지검 부산지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개사육장 업주는 물론 장애인 노동력 착취에 여러명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지적장애인 12명을 무보수로 작업에 동원하고 수시로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서초구에 있는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인 신망애의 집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학대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장애인시설 관리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맡기로 돼 있지만 지자체 공무원만으로 모든 시설을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은 2013년 기준으로 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해 모두 1397개소, 수용인원은 3만1000여명이다.

성공회대 이동석 외래교수(사회복지학과)는 “현재 공무원 숫자로는 인가 시설만 신경쓰기에도 벅차다”며 “공무원에게 숨어 있는 미인가시설까지 찾아내라는 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원주 사랑의 집도 그랬고, 장애인 인권침해는 주로 미인가 시설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의 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지원 법률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학대 및 학대금지행위에 대한 정의와 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신고 의무,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인 피해자 지원 체계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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