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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IFA 수사는 '내부자 협조' 덕분이었다

입력 : 2015-05-28 21:13:39 수정 : 2015-05-29 00: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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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FIFA집행위원 척 블레이저
탈세 등으로 중형 위기 처하자
간부들 비리 정보 FBI에 넘겨
러 "美 자국법 집행 불법" 반발
美 "검은돈 우리나라 거쳐" 반박
2011년 한 남성이 스쿠터를 타고 미국 뉴욕시내 중심가인 맨해튼 5번가를 내려가고 있었다. 미국 국세청(IRS)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뒤를 쫓으며 이름을 불렀다. 멈춰 선 남성에게 요원들이 말했다. “당장 수갑을 차겠나, 아니면 우리에게 협조하겠나.”

스쿠터를 타고 있던 남성은 미국인 찰스 척 블레이저(70·사진)였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 등을 지내면서 북중미 축구계를 좌지우지했던 인물.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뉴욕 트럼프타워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럭셔리 호텔에 투숙하는 등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수사당국이 그가 커미션과 수수료, 임차료 등 형태로 CONCACAF에서 빼낸 돈 1500만달러(약 166억원)에 대한 세금 납부 실적을 추궁하자 그는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대신 형을 경감받기로 하고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뇌물, 뒷거래에 관한 다른 FIFA 간부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FBI에 넘기기도 했다.

미국 검찰이 자국도 아닌 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FIFA에 칼을 들이댈 수 있었던 데에는 블레이저가 제공한 정보가 큰 역할을 했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거대 조직의 음모를 밝히는 데 검증된 방법인 ‘내부자의 협조’ 덕에 지난 수십년간 은폐돼 온 FIFA 부패 사슬이 드러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월드컵을 유치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수사는 자신(미국)의 사법권을 다른 나라로 확대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난했다. 수사 칼끝이 개최지 선정 과정의 뇌물수수 의혹을 겨눌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 검찰은 범죄 혐의자들이 미국 은행을 통해 돈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이들을 연방 법정에 세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지타운대 법대 강사인 제시카 틸리먼은 “외국인에게 치외법권 조항을 적용하려면 미국 내에 있는 사람과의 통화라든지 미국 방문과 같은 일종의 접촉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은 스위스 사법당국이 취리히의 호텔을 급습해 FIFA 간부들을 체포하던 시각 마이애미의 CONCACAF 사무실을 수색했으며, 이번 범죄 혐의에 연루된 ‘트래픽 스포츠 USA’의 본사 역시 플로리다에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번에 체포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의 두 아들은 뇌물로 받은 돈을 마이애미와 뉴욕에서 7000유로씩 수차례 인출해 미국 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되거나 플로리다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입해 미 당국의 수사망에 올라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사는 최종적으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는 “체포될까 두려워 미국을 찾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으나 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블라터 회장이 2011년 이후 미국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꼬집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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