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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교원노조법 2조 합헌 결정 배경은

입력 : 2015-05-28 19:02:12 수정 : 2015-05-29 0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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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아닌 이들이 노조 좌지우지… 교육 현장 훼손 우려"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가 된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남제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해직 교원 등의 조합원 자격을 불허한 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결정한 것은 ‘교원은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해직 교원이나 아직 교원으로 임용되지 않은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교원노조에서 활동할 경우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한 결과다. 김이수 재판관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권고를 들어 “교원의 단결권을 한층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수 의견은 “국제기구 권고는 위헌심사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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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국민 전체의 몫”


헌재는 이번에 교원노조법 사건을 다루며 1991년 사립학교 교원의 근로3권을 제한한 옛 사립학교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대거 인용했다. 당시 헌재는 “교원은 사용자에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 등 반대급부를 받는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헌재는 “공·사립학교를 불문하고 교원에게 보수, 연수, 신분 보장 등 모든 면에서 통상적 근로자에 비하여 특별한 대우 및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논리로 교원과 일반 근로자에게 똑같은 근로 3권을 부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이어 “(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도) 보수 수준 등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실질적으로 국민 전체가 지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이 청구인들의 단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교원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월급을 받아 사는 교원들의 노조 활동을 일반 기업체 노조와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해직 교사의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복직을 신청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구제 방안이 이미 마련돼 운영 중이란 점도 합헌 결정의 주된 근거가 됐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으로 인해 해고된 교원이 입는 불이익은 그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새로운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기존의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라며 “단결권 자체가 박탈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기본권 제한 정도가 크지 않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성호 위원장(오른쪽)을 비롯한 전교조 지도부가 헌재의 위헌 결정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교사 아닌 이들이 교원노조 의사 결정에 개입해선 안 돼”


헌재의 합헌 결정에는 극소수 해직 교원이 교원노조의 지휘부를 장악해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원노조는 소속 교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데 해직 교원이 노조에서 활동하게 되면 자칫 교육당국에 자신들의 복직을 촉구하고,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노조 활동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아직 교원으로 임용되지 않은 교사자격 소지자나 해고된 교원에게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그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원이 아닌 사람들이 교원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현직 교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교원노조법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를 부여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수 있어 오히려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교원노조가 현직 교원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논거를 바탕으로 헌재는 “교원노조의 활동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재직 중인 교원에게만 교원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결론지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해직교사의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교원노조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자 만세를 부르고 있다.
남제현 기자
◆“ILO 등 국제기구 권고는 위헌심사의 척도될 수 없어”


지난해 12월 옛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서처럼 이번에도 재판관 의견이 8 대 1로 엇갈렸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김 재판관 홀로 위헌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해당 법률 조항이 교원노조 탄압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교원노조의 자주성 및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애초 전교조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때 내세웠던 논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수의견은 교원의 신분과 대우 면에서 공·사립학교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으나, 김 재판관은 “사립학교 설립·경영자에 의해 임용되고 계속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립학교 교원의 근로관계는 일반 사기업체의 근로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ILO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 등을 들어 “재직 중인 교사들만 노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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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한철 헌재소장 등 8명의 재판관은 “국제기구 권고를 위헌심사의 척도로 삼을 수 없고, 국제기구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배척했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김 재판관은 법관 출신으로 사법연수원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추천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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