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인공섬 건설을 막으려 한다면 군사 대결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다음 날인 27일(현지시간) 미국은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비행과 항해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미 태평양사령관 취임식장에서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간척사업에 대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카터 장관은 “분쟁 지역에서 더 이상의 군비 확장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해당 지역(남중국해)에서 항공기의 비행, 선박의 항해, 군사 작전 등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미스치프 환초의 2012년 1월24일 모습(왼쪽)과 중국이 매립·준설작업을 진행 중인 2015년 3월16일 모습을 비교한 위성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는 중국이 2013년 11월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했으나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유사한 대응 전략이다.
지난 20일 미 해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 상공을 정찰한 데 대해 반발했던 중국은 올해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남중국해 인공섬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군은 26일 “국가 주권과 안전, 국가 해양권익 수호를 강화하고 무장충돌과 돌발사건에 대한 준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에 무기를 반입했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가 28일 보도했다. 호주 관리들은 중국이 이 섬에 장거리 레이더와 대공포를 들여오고, 정찰 비행도 정기적으로 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SMH는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이번 조치로 미국 및 아태 동맹국인 호주 등과의 대치 국면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중국은 국방백서 발표 후 처음으로 28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 순찰에 나섰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국 해경선 2401, 2151, 2306호 편대가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순찰 항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는 오는 29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주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국방장관이 참석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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