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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남성 가야금 연주단 떴다

입력 : 2015-05-29 05:59:44 수정 : 2015-05-29 1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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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호가랑’ 창단 연주회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20, 30대 남성 9명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이색적인(?) 연주회가 열렸다. TV 사극 등에서 그렇듯 가야금은 여성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관객에게는 남성 무리의 가야금 연주가 색다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공연은 국내 최초의 남성 가야금연주단 ‘춘호가랑’(春澔伽郞)의 창단 연주회였다.

연주회에서 9명의 단원은 1시간 남짓 ‘추(錘)드리’ ‘가야금 합주를 위한 쇠’ ‘아라리謠(요)’ ‘가야금 합주를 위한 Raindrops, Waterfall, and the Vast Ocean’ ‘春, 郞’(춘, 랑) 등 곡들을 선보였다.

이들 곡은 남성 연주자들을 위해 별도로 작곡된 것으로 모두 초연이다. 두드리며 연주할 수 있는 가야금의 타악기적인 면을 보여준 점과 굵직한 남성의 내레이션은 여성 가야금 앙상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을 관객에게 선사했다는 평가다.

이들이 ‘남성과 가야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왜 남성만으로 구성된 가야금 연주단을 창단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날 ‘춘호가랑’ 리더인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김형섭(34)씨를 만났다. 춘호가랑은 김씨를 비롯해 창작그룹 ‘불세출’의 이준(30), 서울국악관현악단 수석 신창환(30), 이수윤(28), 윤상연(27), 원먼동마루(27), 박현근(26), 노도균(25), 김준회(23) 등 20∼30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선배 국악인들은 ‘국악계에도 남성 아이돌’이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남성 가야금연주단 춘호가랑의 창단연주회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김씨에게 창단 배경을 물었다. “우리 아홉 명은 모두 어릴 때부터 가야금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온 사이입니다. 국립국악고, 전통예술학교, 계원예고 등 다닌 학교는 다르지만 늘 술 마시면서 놀러다니는 사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가야금앙상블 하면 여자들밖에 없는데 남자끼리만 한 번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매주 한 차례 만나 연습을 하고 마침내 창단연주회를 갖게 됐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연주단을 만든 건 단원 모두의 가야금 스승인 이종길씨의 지도가 있어서 가능했다. 춘호가랑의 고문을 맡은 이씨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으로,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중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공연 ‘아리랑 판타지’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야금을 받아 연주해 주목을 받았다.

춘호가랑의 연주는 여성들의 그것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춘호가랑이라는 이름은 가야금(伽)의 가능성을 넓히고자(澔) 하는 이 시대의 젊은 남자(郞) 연주자들이 모여 봄(春)에 만물이 생동하듯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관객에게 남성 가야금 연주단임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작곡이나 내용 자체를 모두 남성 연주자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게 연주회를 구성했습니다. 팀명에도 사나이 랑이 들어가는 만큼 가야금을 연주하는 신라의 화랑 같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가야금이 여성용이라는 건 오해에 불과하다. 가야금은 예로부터 남성들이 연주하던 악기였다. 이날 창단연주회 사회를 맡은 송지원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가야금은 가야국에서 유래했습니다. 가야국 가실왕이 만들었고 악성 우륵한테 12곡을 짓게 했습니다. 후에 가야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우륵은 악기를 보전하기 위해 신라에 귀화합니다. 가야금에 반한 진흥왕이 계고, 법지, 만덕 세 청년을 보내 연주법을 배우게 했습니다. 가야금을 창시한 이도 남성이고, 후에 계승한 이들도 남성이었습니다.”

국내 최초 남성 가야금연주단 ‘춘호가랑’의 리더 김형섭씨는 “남성 가야금 연주자만의 특색과 영감으로 여성 연주에서는 볼 수 없는 가야금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제공
김씨에게 활동 계획을 물었다. “남자 가야금 앙상블의 새로운 지점을 개척하고 싶어요. 남자들이 무슨 가야금을 하느냐는 시각이 여전하잖아요. 춘호가랑을 통해 ‘남자들도 가야금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동안 남성 가야금 연주자들이 활동할 무대가 거의 없었어요. TV 등 매체에 자주 노출이 되고, 관심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활동 영역도 넓어질 것이라 생각해요.”

김씨는 국악예술인 정책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신인 연주회, 발굴 연주회 등 유망한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장은 적지 않아요. 하지만 가능성 있는 연주자들을 찾아낸 이후에는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끄집어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없습니다. 국악도 공연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이니만큼 작은 상설공연이라도 여러 곳에서 많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춘화가랑을 창단한 것도 활동무대를 갖기 위한 젊은 국악인들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음악가 양방언씨는 이날 이들에게 “남성이 연주하는 가야금에서는 분명 여성의 단아한 매력과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진다”며 “춘호가랑의 등장은 참으로 반갑다.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이 시대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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