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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향한 간절한 발원 찬란한 불교미술 낳아

입력 : 2015-05-28 21:10:26 수정 : 2015-05-28 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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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8월2일까지 '발원…' 특별전
금동아미타삼존불상 복장물 등 431점 선봬
신분제의 골이 아무리 깊다 해도 신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까지 차별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임금에서부터 노비까지 간절한 바람은 다르지 않다. 그것이 부처를 향한 발원(發願·불사를 일으켜 공덕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것)으로 이어졌고, 불교미술의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8월2일까지 여는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 특별전은 불교미술 후원자들의 믿음과 결실에 초점을 맞췄다.

1333년 조성된 금동아미타삼존불상(사진)은 몸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발원문을 품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길덕’, ‘만덕’, ‘금이’ 등 성씨가 없는 평민들의 이름이다. 복장물(불상을 조성하면서 배 안에 넣는 여러 가지 유물) 중 다라니 판본에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김진의 이름도 등장한다. 고위 관료부터 평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아미타삼존불을 조성한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1346년의 문수사 아미타불좌상 복장물에도 비슷한 사례가 보인다.

발원에 신분적 제약이 무너지는 것은 13세기에 복장물 전통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경전, 직물, 오곡 등 복장물의 품목이 많아지면서 권력자만이 아니라 여러 계층이 참여할 필요가 생겼던 것이다. 불화는 조선후기 불교미술의 다양한 후원자 계층을 보여주는 사례다. 괘불(掛佛·부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거는 일)과 같은 대규모 작업에는 수백명의 사람이 참여했다. 왕실, 고위관료 등이 후원한 경우에는 금·은 등의 값비싼 소재를 이용한 반면 서민들의 것은 돌과 나무, 흙, 삼베 등 값싼 재료를 쓰고 화려함이 떨어지는 차이를 보이긴 한다.

불교를 탄압한 사대부 중심의 질서에서 정점에 있던 임금과 관련된 유물을 보면 불심(佛心)의 끈질긴 생명력을 읽게 된다. 1740년 영조는 대구 파계사에서 관음보살상을 중수할 때 자신의 도포를 내리며 ‘만세유전’(萬歲遺傳)을 기원했다. 사대부들의 스승을 자처했던 정조는 1796년에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의 간행을 명령했다.

전시에는 431점의 유물이 출품됐다. 이 중 134점이 국보, 보물이다. 금동아미타삼존불, 목조관음보살좌상 등의 복장물과 기록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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