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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대화 위해선 대화 분위기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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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9 02:22:58 수정 : 2015-05-29 03: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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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모두 자극적인 언행 삼가야
진정성 있는 작은 실천 필요할 때
지금의 남북관계를 놓고 보면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이 딱 그렇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소위 3인방의 방문으로 마련된 유화 국면과 무산, 올 초 북한의 신년사를 계기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뒤이은 갈등, 최근에는 민간단체의 접촉 확대와 6·15 공동행사 합의에 따른 기대와 물거품 등이 모두 그러하다. 이때마다 북한은 우리에게 대북전단 살포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 또한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관계 개선의 기대감→남북의 일방적 요구와 합의의 무산→갈등의 격화로 이어져오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북한의 태도와 우리 정부의 반응이 격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이 모두 대화를 말하지만 대화의 길목에서 일이 꼬여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대화를 위한 양측의 분위기 마련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진정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위협하는 언사나 행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말부터 조성된 대화의 길목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힌 대북전단 문제나 상대방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 등은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가까이는 현영철 숙청 및 처형과 관련해 이를 최고지도자가 ‘공포정치’로 직접 언급하고 공개하는 것 역시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서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 방문 직전에 보여준 북한의 모습은 대화의 가능성마저도 봉쇄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잠수함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반 총장의 발언이 곱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도 않은 안보리 결의를 비난하면서 방문마저 거부한 것은 대화 분위기 마련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그 이유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격적으로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사출 실험과 뒤이은 미사일 발사, 서해를 담당하는 서남전선사령부의 위협과 연평도 근처에서의 포격 훈련, 그리고 이번에는 핵무기의 소형화와 다종화를 거론하면서 ‘덤빌 테면 덤벼 봐라’고 경고하는 모습은 분명 과거와 다른 패턴이다. 해마다 6월이면 긴장이 높아지는 서해의 바다를 생각하면 최근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북한학
남북관계는 양측의 대화 없이 개선을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로가 대화를 말할 때는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남북관계는 이를 중재해 줄 만한 변변한 중재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한계를 보이고 있고, 우리 역시 한·미·일 동맹에 얽히면서 중국을 지렛대로 한 영향력도 약화됐다.

결국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할 담당자는 남북한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접근을 위한 더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려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나 자신의 요구만을 앞세우면서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것 등은 모두 대화 분위기 마련에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꼬여 있다. 또한 상대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민감할 대로 민감한 상태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대화의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고, 차분하게 사태를 관망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고, 조롱하고, 위협하는 발언은 서로가 삼가야 할 것이다. 큰 강물도 깊은 산속의 작은 개울물부터 시작되듯이, 작은 실천 하나가 대화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그간의 교훈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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