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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장병들 머리 다듬은 ‘사랑의 가위손’

입력 : 2015-05-25 21:24:30 수정 : 2015-05-25 21: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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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사단 화순대대 찾아 이발봉사
홍문표씨 “나누며 살 수 있어 감사”
15년째 장병들을 찾아가 무료로 이발을 해주고 있는 ‘사랑의 가위손’이 있다. 주인공은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에서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문표(61)씨다.

홍씨의 무료 이발봉사에는 사연이 있다. 2000년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던 홍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8일 동안 응급실에 누워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홍씨는 ‘암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다행히 암 판정은 ‘오진’으로 밝혀졌고, 그때부터 홍씨의 ‘봉사하는 삶’이 시작됐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홍문표(오른쪽)씨가 육군 제31보병사단 예하 화순대대를 찾아 병사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육군 제공
마침 홍씨는 평소 이발관 단골이던 육군 제31보병사단 예하 화순대대 간부로부터 ‘부대 이발병의 기술이 부족하니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홍씨는 이후 15년 동안 31사단 화순대대와 인연을 이어왔다.

매주 부대를 방문해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은 물론 장병의 이발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또한 부대의 가장 큰 훈련인 유격훈련과 혹한기 훈련의 마지막 날 행군 때는 장병들에게 떡과 어묵, 사탕 등 간식도 챙겨주고 있다.

홍씨는 전역한 장병이 자녀를 데리고 이발관에 들러 ‘이 아저씨가 아빠 군대 있을 때 이발을 해주신 분’이라고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부대 장병들을 재능 기부나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장병들도 모두 한창때에 군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힘든 일을 겪어 보니 세상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발을 배웠으니 나누며 사는 것”이라며 “이나마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홍씨는 “손에서 가위를 놓는 날까지 장병의 이발을 책임지겠다”며 ‘사랑의 가위손’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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