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현장] 소셜커머스 제주관광상품 급증…약될까 독될까

관련이슈 이슈&현장

입력 : 2015-05-25 19:54:49 수정 : 2015-05-25 20:22: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저가 공세로 내국인 발길 끌었지만… '제살 깎기' 경쟁 부채질
지난해 8월 말 서울에 사는 A(54·여)씨는 딸과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 콘셉트는 성수기를 피한 알뜰 여행이었다. 파격할인 광고를 보고 소셜커머스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기대와 달리 여행은 우울 모드로 변했다. 차량 배정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선택한 차종이 아닌 다른 차가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튿날 A씨 모녀는 숙소로 가는 길에 LPG 충전소에 들렸다. 설상가상이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을 충전소 직원이 발견했다. 앞바퀴 한쪽 타이어의 마모가 심했다. 이 직원은 “어떻게 이런 차를 빌려줄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렌터카 업체에 조치를 요구했다. 긴급출동서비스로 스페어타이어로 교체받았다. A씨가 보기에는 나머지 타이어도 편마모가 심해 보였다.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렌터카 업체는 거부했다. 차량 반납 의사를 전하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화가 치민 A씨는 당초 서비스를 이용한 소셜커머스 측에 항의했다. 구원의 손길은 고사하고 핀잔만 들어야 했다. 상태를 확인도 안 하고 차량을 인수한 것은 A씨의 잘못이라는 논리였다. 다시 렌터카 업체에 항의했지만 군색한 변명만 들어야 했다. 수백대나 되는 차량을 일일이 점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는 차를 대여해 주는 렌터카 업체나 ‘일단 팔고 보자’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무책임한 행동이었지만 A씨는 울분을 삭여야 했다.

A씨의 사례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과당경쟁과 관광업체의 마진율 하락이 빚어낸 결과다. 소셜커머스는 제주관광 시장의 양면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내국인관광객 증가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으로 제주 관광산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상품 가격을 할인, 제공하는 판매방식이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소셜커머스는 일부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홈쇼핑이나 오픈마켓과는 다르다. 소셜커머스는 어느 채널에서나 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제주 관광의 패턴이 단체 중심에서 개별관광으로 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소셜커머스를 활용한 제주지역 관광상품 거래규모(매출액 기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339억원, 2013년 799억원, 지난해 1813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숙박업이 전체 거래의 67.9%를 차지했고 이어 예술·스포츠·여가관련 16.2%, 렌터카 11.0% 순이었다. 소셜커머스는 소비자의 정보 접근과 활용이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제주관광산업 저변 확대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등 인지도가 낮고 영업력이 부족한 업체들에게는 구세주다. 소비자들의 접근이 힘든 관광상품에 대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마케팅과 판매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은제주본부 등이 지난 3월 제주관광협회 회원사 2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설문조사에서 소셜커머스를 활용하는 16곳 중 ‘관광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48%였다. ‘아니다’고 응답한 업체는 20%에 그쳤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소셜커머스의 위상은 저비용항공사 출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관광의 한계로 지적됐던 성수기·비수기 구분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제주 관광업계에선 ‘비수기’ 대신 ‘평수기’란 용어가 통용될 정도다. 업체들은 소셜커머스 활용의 주된 이유로 ‘편리한 마케팅(56.3%)’과 ‘비수기 시장점유율 확대(56.3%)’를 꼽았다.

하지만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정책과 높은 수수료로 인한 관광업체 마진율 하락 및 부가가치 저하는 관광산업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여행상품 대부분이 영세 관광상품업체의 상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영세업체들이 ‘판매단가 추가 하락 → 부가가치 저하’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셜커머스가 도내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48%를 차지했지만 ‘기여할 것’이라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부정적인 답변 이유로 지나치게 낮은 상품단가를 지적했다.

소셜커머스 대형 3사(쿠팡, 위메프, 티몬)의 판매가격별 비중을 보면 5만∼10만원 43.9%, 5만원 미만 37.4% 등 10만원 미만의 중저가 상품이 전체의 81.3%에 달했다. 숙박의 경우 1박 객실료가 5만∼10만원 69.9%, 5만원 이하 22.4% 등 10만원 미만이 92.2%를 차지했다. 소셜커머스의 판매 수수료율은 10∼20%로 일부 업체는 30% 이상 지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셜커머스를 활용한다는 업체 모두 직접판매, 여행사 활용 등 다른 판매방식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로 인해 소셜커머스의 마진율이 가장 낮다고 응답했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60%, ‘보통이다’가 40%였지만 ‘저렴하다’는 의견은 없었다. 한은은 소비자의 상품접근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관광객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지나친 가격 인하로 제주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가격경쟁은 장기적으로 관광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숙박업주 B(48·서귀포시)씨는 “숙박시설이 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소셜커머스를 영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적정가격 유지가 가능함에도 소셜커머스 업체가 단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은제주본부 기획금융팀 홍수성 과장은 “소셜커머스 업체의 재무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 자금결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거나 관광업체에 현재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소지가 높다”며 “관광업계 공동마케팅을 통해 업체 간 과당경쟁을 지양하면서 비용절감을 통한 고수익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과 총자산은 전년 대비 각각 186.1%, 103.4%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 자기자본비율은 24.8%,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5.4%로 나타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