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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렸던 지젤… 강렬한 여인으로 돌아오다

입력 : 2015-05-24 21:01:33 수정 : 2015-05-24 21: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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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그램 머피의 지젤’ 6월 13일 세계 초연 비련의 여주인공 ‘지젤’이 강렬하게 거듭난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은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을 재해석한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선보인다. 내달 1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한다. 1841년 처음 등장한 ‘지젤’은 공기에 녹아들 듯 처연하고 가녀린 윌리들로 대표된다. UBC는 170년 넘게 사랑받아온 이 작품을 강렬하고 능동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했다.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와 손잡고 안무는 물론 음악·의상까지 모두 바꿨다.

경쟁력 있는 창작 레퍼토리 확보가 과제인 국내 발레 환경에서 UBC의 시도는 큰 의미를 갖는다. UBC 문훈숙 단장은 “앞으로 공연 시장은 콘텐츠 확보가 곧 경쟁력이기에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지금까지 한국 발레가 다른 단체의 작품을 들여왔다면 이제는 우리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UBC가 새로 해석한 지젤에서 달라진 점을 미리 만나봤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낭만발레의 대표작을 강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선보인다.
UBC 제공
◆살과 뼈 덧붙인 이야기

신작 ‘지젤’에서는 이야기의 개연성이 강화된다. 안무를 맡은 머피는 “왜 윌리의 여왕 미르타가 악의 화신이 됐는지, 지젤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 시골처녀 지젤은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한다.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음을 안 지젤은 괴로워하다 숨져 윌리가 된다. 윌리는 남성을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하는 처녀귀신들을 말한다. 알브레히트도 윌리의 목표물이 되지만 지젤은 그를 용서하고 지켜낸다.

머피는 지젤의 어머니 외에 아버지를 새로 등장시키고 미르타와 삼각관계로 설정했다. 미르타는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 지젤의 아버지를 저주하며 악한 인물이 된다. 결말에서는 지젤의 어머니가 미르타를 물리치고 딸을 구해낸다.

안무가 머피는 호주 시드니 댄스 컴퍼니에서 31년간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영국 버밍엄 발레단 등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문 단장은 영국 다이애나비의 삶과 죽음으로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 등 머피의 안무작들에 감동받아 그에게 작업을 제안했다.

◆강해진 지젤과 윌리… 달라진 세계관


가냘프고 처연한 발레리나의 대명사 ‘지젤’은 신작에서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으로 바뀐다. 윌리들도 마찬가지다. ‘지젤’ 2막 윌리들의 군무는 비현실적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신비의 세계로 데려가는 명장면이다. 머피는 이를 힘차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윌리들이 등장할 때의 음악도 어둡고 강렬하다. 머피는 “원작을 보면서 ‘윌리는 처녀 귀신인데 왜 그렇게 온화할까’ 생각했다”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악령의 모습으로 바꿨고 안무도 공격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지젤을 짝사랑하다 숨지는 힐라리온은 어리석은 인물이 아닌 한 여성을 사랑한 남성으로 재탄생한다. 머피는 “지젤이 힐라리온이 얼마나 멋진 남자였는지 깨달았으면 이렇게 긴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평민과 귀족의 수직 서열도 달라졌다. 지젤과 알브레히트는 동등하지만 전혀 다른 두 세계에서 온 인물로 나온다. 지젤의 세계는 현실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알브레히트는 물질적이고 경직됐으며 기술이 발달한 우주에서 온 듯한 인물로 구현됐다.

◆강렬한 리듬과 박자… 음악도 변신

UBC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음악을 새로 작곡했다. 영국의 영화 음악가 크리스토퍼 고든이 작업했다. 머피는 “아돌프 아당이 작곡한 ‘지젤’은 음악과 동작이 풀처럼 붙어 있어서 음악을 듣노라면 춤 동작이 계속 맴돈다”며 음악을 새로 입힌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공개된 음악은 전반적으로 리듬감이 강화됐고 강렬했다. 문 단장은 “안무가가 ‘코리안 지젤’을 하고 싶어했다”며 “음악을 들으면 우리 전통악기를 쓰는 등 한국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발목까지 나풀거리는 백색의 로맨틱 튀튀(발레 의상)도 사라진다. 새로운 세계관에 맞춰 의상과 분장 역시 좀더 현대적이고 간결한 분위기를 띤다.

초연 무대에서는 황혜민·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미선·이동탁, 김나은·강민우 세 커플이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맡는다. 직접 무용수를 캐스팅한 머피는 “기술적 뛰어남 외에도 매력과 개성을 중점적으로 봤다”며 “관객에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커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1만∼10만원. (070)7124-1737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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